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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r 13. 2022

This is me

온전하게 사랑하지는 못하지만



위염을 달고 살아도 꼭 커피 한 잔은 먹는

새로 나온 과자보다도 오래된 새우깡을 좋아하는

라면을 좋아하지만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하는

의외로 한식을 좋아해 비빔밥을 사랑하는

스타벅스에 가면 꼭 바닐라 라테만 시키는



사람을 만나면 만날 수록 에너지를 잃는

혼자 있으면 있을수록 기운이 생기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경계가 모호한

낯선 사람과 말할 때는 가능한 나를 드러내지 않는

애매한 사람과의 만남보다 나 홀로 웹툰 보는 게 즐거운

그래도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최소한의 대화는 할 줄 아는



좋아하는 작가의 만화는 꼭 챙겨 보지만

기승전 로맨스로 점철된 드라마는 이젠 더 이상 못 보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어쩐지 읽다 멈추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정작 소설을 잘 읽지는 않는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결국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버린

그래도 마음속에 '글쟁이'가 되고 싶은 꿈은 잃지 않은



밥벌이의 즐거움으로 10년 넘게 일해 온

요새는 그놈의 '밥벌이가 뭐기에'라며 투덜거리는 10년 차가 된

월급날이 될 때까지는 속으로 욕만 실컷 하다가

월급이 들어오면 내 자리가 있음에 감사하며

가족을 위해 피자 한 판 거하게 시킬 줄 아는



18년도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뉴욕을 잊지 못하는

엘리스 아일랜드에서 보낸 하루를 결코 지우지 못하는

여행을 싫어하지만 막상 가면 누구보다 잘 놀고 좋아하는

여행 가면 그곳에서 꼭 하나의 기념품은 사 올 줄 아는

언젠간 여행지에서 글을 쓰며 (떼) 돈을 버는 작가가 되고 싶은



하루라도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으면 어쩐지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기대하고 올린 글에 반응이 없으면 어쩐지 속상해지는

괜히 속으로 심술부리면서 치졸해지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글을 쓰고 나를 발견하고 싶은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것은 온전히 '나'임을 아는,



그래서

오늘도 편안하고 싶은

오늘도 '안녕'하고 싶은


 



photo by Rishabh Dharman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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