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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pr 22. 2022

네가 지나간 자리


네가 지나간 자리


어수선하게 늘어진

장난감

왕관과

요술봉과

어지러이 널브러진 상자

전원이 꺼지지 않은

콩순이 피아노

콩콩이 인형

식탁 옆

말라비틀어진 밥풀

빵가루

빈 우유갑

그리고 얼룩덜룩 묻어있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자국

급하게 들어가느라

미처 담지 못한

색연필

.

.

.


너는 잠에 빠진 지 오래

꿈나라를 헤맨 지 오래


네가 떠나간 자리

아직 남아있는

너의 흔적을

소리 없이 담으며

너를 그리는 


잠든 후에야

보고 싶어

찍어둔 사진 속 네 모습에

울고 웃는


네가 지나간 자리 따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어느 금요일 밤.




Photo by Unsplash on Vanessa Bucc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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