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지나간 자리
어수선하게 늘어진
장난감
왕관과
요술봉과
어지러이 널브러진 상자
전원이 꺼지지 않은
콩순이 피아노
콩콩이 인형
식탁 옆
말라비틀어진 밥풀
빵가루
빈 우유갑
그리고 얼룩덜룩 묻어있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자국
급하게 들어가느라
미처 담지 못한
색연필
.
.
.
너는 잠에 빠진 지 오래
꿈나라를 헤맨 지 오래
네가 떠나간 자리
아직 남아있는
너의 흔적을
소리 없이 담으며
너를 그리는
잠든 후에야
보고 싶어
찍어둔 사진 속 네 모습에
울고 웃는
네가 지나간 자리 따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어느 금요일 밤.
Photo by Unsplash on Vanessa Bucce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