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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pr 25. 2022

당신의 노동요

아이유 필청 리스트 무한 반복

잠 오고 있잖아

꾸벅이고 있잖아

언제까지 졸고 있을 거니

네 옆을 바라봐

딴청 피우지 말란 말이야

네가 할 일 많잖아

지금 이어폰을 껴

어서 노래를 들어

우연히 고개를 떨굴 때마다

문득 생각나는 건

10년 전부터 언제나 곁에서

항상 나를 지켜주는 건

그 많은 노래들 중에서 매일

그 노랠 꼭 고르는 건

나도 모르게 어느새 다 외운 가사

흥얼거리고 있다는 건

그럼 말 다했지 뭐

오늘도 들어볼까

느낌이 오잖아 행복해지잖아

노래 들으면 기분이 업되잖아

네 맘을 말해봐

딴청 피우지 말란 말이야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고

지금 이어폰을 껴

어서 노래를 들어

.

.

.

사랑이 온 거야 너와 나 말이야

네가 좋아 정말 못 견딜 만큼

그거면 된 거야

이젠 매일매일 들을 거란 말이야

내 맘 가는 그대로

.

.

.


최애 내 손을 잡아





일 할 때 무슨 노래를 듣나요,라고 물어봐도 자기 전에 무슨 노래를 듣나요,라고 물어봐도 설거지하며 무슨 노래를 듣나요,라고 물어봐도 모두 대답은 같다. 늘 같은 노래를 꾸준히 반복하며 듣는다. 대부분 좋아하는 노래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있는 데다 원래 좋아하면 가사를 다 외울 때까지 듣는 편이라 10년 간 꾸준히 들은 노래가 있다.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 가 바로 그것이다.


최신에 나온 노래도 좋아하고 자주 듣지만 가장 많이 듣는 노래인데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10년 정도 젊은 그녀의 목소리와 경쾌한 멜로디, 그리고 당돌한 가사, 마지막으로 당시 좋아했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연상되어서일까. 노래를 들으면 연애세포가 다 죽어 말라비틀어진 나도 마음이 설레고 에너지가 생긴다.


게다가 19년도 콘서트 라이브 영상을 보고 한 번 더 반하게 되어 최근 부쩍 자주 들었다. 회사에서 집중이 되지 않아 산만할 때, 너무 졸린데도 만들 학습지가 많거나 브런치 글을 써야 할 때, 출퇴근길 마음이 우울할 때, 홀로 산책할 때 귀에 넣어주는 노래로 0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유의 노래'만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 노래가 내게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하겠다. 심지어 가사까지도 다 외워 요새는 마스크 속에서 혼자 립싱크를 하며 일을 할 때가 많으니 할 말 다했다. (사람이 없는 승강장에서는 노래를 직접 부른 적도 있다.)


본디 노동요란게 무엇이냐. 일의 고됨과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마음에서 흥얼거리는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만든 것이 아니던가. 이 노래를 들으면 없던 흥이 절로 나고 죽어가던 생명의 불씨를 살리며 에너지를 불어넣어 일처리의 효율이 높아지니 노동요로 딱 알맞다. 오늘도 하루 종일 듣다가 문득 한 번 개사를 해봤다. 내 일상을 빛내주는 최애 노동요에 대한 헌정 가사랄까. 아이들에게 주로 시키는 활동인데 막상 해보니 쉽지?"라고 말했던 나 자신을 혼내주고 싶다. 멜로디에 맞게 개사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오글거림까지 추가되니 이걸 가지고 노래를 불러보게 시켰던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싶다.


아무튼 지금도 듣고 있다. 벌써 몇 바퀴 돌며 다시 듣고 있노라니 감기던 눈꺼풀에 힘이 생기고 조금씩 정신이 맑아진다. 노동요를 들으며 일하는 건 슬프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노래' 한 곡쯤 갖고 있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팍팍한 사무실에서 스스로를 달랠 수 있는 노래 한 곡쯤 말이다. 그게 누구의 노래든 간에 언제고 위로해준다면 썩 괜찮은 하루가 될 수도 있으니까.




단, 개사는 하지 않는 걸로.

혹여나 하더라도 부르지는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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