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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y 22. 2022

어느덧 벌써 이렇게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산책하는 내 이마 위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내 일상과는 상관없이 매일 같이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계절은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육아의 시간도 그렇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되어 끝이 없을 것 같았는데 벌써 저녁 8시를 향해가고 있다. 낮에 함께 간 놀이터에서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도 보고 그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돌아와서는 낮잠 타임을 놓쳐 칭얼대뎐 꾸벅이던 녀석을 달래고 깨워 지금까지 갖가지 놀이로 버티니 이 시간이 된 것이다.


지금 난 도서관에서 발견한 <어서 오세요, 휴남동입니다>를 읽고 있고 딸내미는 아이패드로 손가락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 고요함이다. 녀석은 아마도 9시 전에 잠이 들 것이고 나는 못다 한 설거지와 빨래 같은 잡다한 일을 마치고 다시 읽지 못한 책을 집어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난 평소보다 조금은 더 행복해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주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니 남은 시간은 휴대폰, 책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에게 집중해주기로. 누구보다 오늘 애써서 논 아이에게 한껏 마음을 다 해주어야겠다.


어느새 장미가 피어 여름을 알렸던 것처럼 내 아이도 어느새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훌쩍 커버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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