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기록하는 하루
하나,
날이 무척 더워 땀이 비 오듯 떨어졌다. 더위에 강한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누구보다 여름을 힘들 어 하는 상황이 됐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10분 사이에 마스크 속 인중 주변이 축축하다. 여름이, 더 싫어진다.
둘,
커피를 끊을 수가 없어서 마시기 시작한 드립 커피. 확실히 에스프레소보다는 덜 진하다고 해야 할까? 속이 쓰리지 않은데 각성효과는 꽤나 좋아서 아주 만족스럽다. 선물 받은 드립백, 1kg 드립백, UCC 마일드 드립백이 모두 만족스럽다. 내일도 두 잔까지는 마실 수 있을 듯.
셋,
아이를 재우며 선잠이 들었는데 일어나서는 선물 받은 만년필로 우리 반 아이 두 명에게 편지를 썼다. 담임을 맡으면 꼭 빼놓지 않고 쓰는 손편지. 올 해는 정말 너무 바빠서 미루고 미뤘는데 오늘 드디어 실천한 것! 비록 쓰기 전엔 부담이 되긴 하지만 쓰면서는 그 아이 생각을 할 수 있고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좋다. 뿌듯함!
넷, 굿 노트에 ‘글로 만난 사이’ 2편의 개요를 썼다. 가르칠 땐 개요도 하나의 형식을 제시해주고 그 틀에 맞춰 쓰라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전혀, 의미 없다. 모름지기 글쓴이가 편한 방법이면 뭔들 상관없어 보인다. 틀을 가르치기보다는 담을 내용을 갖게 하자. 아무튼 내 나름 짠 개요가 썩 마음에 든다. 이제 관련 사진과 자료를 찾아 추가하면 완성이다. 목요일에 글쓰기 방과 후가 있으니 그때, 이어서 하도록 하자.
다섯, 손글씨가 마음에 든다.
만년필로 쓰고 애플 펜슬로 쓴 글씨가 마음에 든다. 특히 만년필로 쓴 글씨체는 나중에 하나 폰트로 만들어 놓고 싶은 정도. 게다가 굿 노트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넣어 둔 내 글감이 무척이나 뿌듯하다.
여섯, 글쓰기, 창작에 대한 조언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본 유튜브에서 고민을 상담해주고 있었다. 30대 웹소설 작가가 자신의 재능 없음을 걱정하는 것이었고, 주호민, 김풍, 이말년 작가가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때 주호민 작가 왈,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이 될 때 일단 그리라고 했다. 일단 쓰고, 그리자. 그러면 의심의 소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된다.”는 빈센트 반 고흐의 명언을 말해주었다. 씹고 삼키며 생각했다. 오늘은 잠들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무조건 쓰겠노라고.
일곱, 딸아이 잠든 지 오래. 남편도 코 곤지 오래. 나는 폰으로 굳이 부득불 이 일기를 쓴 지 오래. 꾸벅꾸벅 졸면서 완성한 이 일기가 훗날 오늘을 기억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굿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