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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ug 26. 2022

작업 준비 완료!

아침까지만 해도 울적했다. 한 순간도 쉴 수 없는 일더미에 쌓여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입안은 이미 다 헐어 있고, 두통은 계속 찾아왔으며 해치워도 해치워도 끝없이 밀려오는 일, 아이들 문제에 넋이 나갈 지경이었으니까. 그래서 연재 중인 <지금 우리 학교는> 매거진에 들어갈 핵심 글감도 하나도 해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야심 차게 시작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끝맺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가득했으니까. 불과 9시간 전만 해도 이 글의 제목이 <완결할 수 있을까요?> 였으니 말 다했다. 


브런치고 나발이고 그만두자. 그만하자. 이렇게 입이 다 헐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에 무슨 글이냐. 어차피 돈 주는 사람도 없고 봐주는 사람도 요새는 더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글이 다 무어냐. 그냥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잘하면서 남은 시간은 쉬고, 또 쉬면서 제 체력이나 좀 보강하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 전부였다. 아이랑 놀이터에서 놀면서도,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면서도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그만할까? 그만하자. 어차피 아무도 뭐라고 안 할 거야. 


그런데 어째 찜찜하다. 미완으로 끝나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 결국 브런치에서 제일 써보고 싶었던 주제 아니던가. 저 좋아서 하는 일에 이토록 스트레스받을 것이면 안 하는 게 맞는데 그래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몸이 힘들고 마음이 지치고, 머릿속은 복잡해서 도통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더라도 일단은 버티고 부딪히며 견디는 수밖에. 유일한 장점이 '성실함'인 나로서는 어쨌거나 계획했던 일의 끝을 보는 게 맞지 않겠는가. 그래야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를 해준 제자들에게도, 그리고 앞으로 연재될 이야기에 등장할 아이들에게도 떳떳하지 않겠느냔 생각에 닿는다. 


힘을 내어 봐야지 싶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지 간에 일단은 마무리를 지어보자는 마음이 슬쩍 올라와 내 몸을 움직인다. 일찍이 잠이 든 딸 옆에서 웹툰이나 보면서 쉬어도 되지만 부러 몸을 일으키고, 커피 한 잔을 진하게 타고, 옆에 냉수를 챙겨 두고, 아이패드엔 조용한 팝송을 틀어 두며 준비를 해본다. 며칠간 한 번도 하지 못한 작업 준비. 완결로 가는 첫 단추를 조심스럽게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번 주에는 글쓰기 방과 후 활동도 없었기에 더 글 쓸 시간이 없어서 울적했나 보다. 일주일에 단 한 시간이라도 조용히, 차분하게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더 기운이 빠졌나 보다. 한 주가 이런 기분으로 사라지기 전에 금요일 밤을 붙잡아 다시금 정돈해 본다. 나중엔 돈 받고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라면 지금부터 조금씩 단련을 해보자고 다독인다. 아이들과 상담할 때 자주 했던 말을 내게 돌려준다. 


마음 편하게 먹기. 

심호흡하기. 후- 후-- 후--- 

실패해도 괜찮다고 다독이기.

그리고 


준비!

시작! 




Photo by Braden Collu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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