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Apr 14. 2023

4/14 금: 윤동주를 만나다 (1)

<서시>를 가르치는 나날의 기록


대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시인은 단연코 윤동주였다. 삶과 시가 일치하는 몇 안 되는 시인인 데다 그의 감성이 참 좋았더랬다.


중학교 국어 수업을 하면서, 그의 시가 등장하든 하지 않든 꼭, 한 번씩은 수업 시간을 쪼개고 쪼개 윤동주의 삶과 시를 가르쳤던 이유이기도 하다.


마침 '비유와 상징'을 가르쳐야 하는 시기. 아직은 초등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한 녀석들에게 <엄마 걱정>으로는 비유를, <서시>로는 상징을 가르치려고 마음먹었다.


윤동주의 시를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선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모은 자료로 멋들어지게 PPT를 만들고, 직접 다녀온 도시샤 대학과 윤동주 문학관 탐방 사진도 곁들여 수업을 진행했다.


SBS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는 무는 그날 이야기> '윤동주' 요약본도 함께 보며 우리가 알고 있던 혹은 알지 못했던 삶 속으로 아이들과 함께 한 걸음 들어가기도 했다.


영상의 마지막에 패널들이 <서시>를 낭송하는 타이밍에 맞춰 <서시>가 적힌 유인물을 나누어주니 몇몇의 아이들은 '감동적이었다'는 감상평을 보내왔다. (이 날의 수업은 조만간 정리해서 글로 올릴 예정)


수업 전과 후에 달라지는 아이들의 눈빛에 힘을 얻어 다음 차시 수업을 계획해 본다.


"그의 삶을 떠올리며 <서시> 필사하기"


그전에 예시로 보여주려고 펜을 들어 필사를 하는데, 뭔가 마음이 뭉클하다. 한 글자 한 글자 허투루 쓰지 않았다던 그의 일화가 떠오른다. 1941년 11월에 썼다던 서시를 2023년 4월에 옮겨 적는 이 상황이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게끔 한다.


내가 느낀 이 마음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을까?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방과 후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