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뛰어넘는 그런 것
브런치스토리,라고 명칭이 바뀌었지만.
'브런치'였을 때 작가가 된 나는 아직 '브런치'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2021년 1월에 작가가 되어 지금은 2023년 4월. 꼬박 2년 하고도 4개월 정도가 지났다.
잠시 권태기를 느낀 적은 있지만 아예 브런치를 떠난 적은 없다.
공들여 쓴 브런치북 한 번 공개 안 해주는 마음이 미워서 토라진 적은 있었지만 정말 싫어한 적은 없다.
친한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짧은 일기를 올리는 것을 보면서도 한 번도 인스타그램으로 시선을 돌린 적 없다.
좋아요, 보다는 라이킷이, 화려한 사진보다는 담백한 글이 더 좋다.
익명의 공간에서 나를 가리면서도 동시에 살짝살짝 드러내며 써 내려가는 글.
그리고 그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이름 모를 독자와의 소통이 좋다.
지치고 힘든 날. 나는 도대체 글쓰기엔 재능이 없는 사람인가 보다고, 그런 내가 진짜 작가가 될 수 있겠느냐고 자책하며 우울의 늪에 빠지는 날, 꼭 그런 날에 아주 가끔 내 글에 달리는 댓글에 힘을 얻는 그 순간이, 참 좋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짬 내서
모두 잠든 새벽 시간에 몰래
업무를 보다가 슬쩍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들, 꾹꾹 담아 놓았던 감정들을
이곳에 풀어낸다.
누군가가 봐주었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주는 치유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브런치는,
인스타그램을 뛰어넘는 그런 것이다.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내밀한 감정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어주는,
오롯이 글로만 소통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