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Apr 19. 2023

4/19 수: 수요일 오후에는 글을 씁니다.

2년째 이어지는 글쓰기 방과후

작년, 마음에 맞는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 방과후를 시작했다. 이름 한 번 촌스러운 소설쓰기반인데 어찌어찌 인원이 모였더랬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함께 한 아이들이 모두 뜻이 맞아 1년 간 정말 즐겁게 활동하고 부크크에서 책도 만들어 보았다. 완성도는 솔직히, 아쉽지만 그래도 한 권을 만들어 낸 것에 의의를 느낀 시간.


2학년이 된 아이들을 매일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1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데다 담임을 안 하게 되어 생긴 여유로움 속에 뭔가를 채워 넣고 싶었다. 글쓰기, 글쓰기 방과후를 다시 해볼까? 하는 마음에 슬쩍 물어보니 한 명 빼고는 모두 함께 하고 싶다고 해주었다.


덕분에 지금 난, 비어 있는 교실 하나를 빌려 글쓰기 방과후를 진행 중이다. 교사 하나에 여학생 넷,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객원멤버(사실은 방과후에 참여하진 않지만 친구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함께 앉아있는 그대) 이렇게 여섯 명이다.


작년에는 그저 워드로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정리해서 모아 보고 자가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이번에는 아이들 모두 브런치스토리 작가 되어보기를 목표로 했다. 내가 이곳에 글을 올리며 느꼈던 감정, 소통을 하며 받았던 행복한 마음을 나누어 주고 싶어서다.


아이들에게 강조한 것은 세 가지. 첫째, 가능하면 필명을 만들 것, 둘째, 소설이든, 수필이든 좋으니 작가 신청하기에 적합할 만한 글감을 찾아서 작성해 보기, 셋째, 혹시나 작가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혹은 늦게 된다고 하더라도) 절대 절대 상처받지 않기!


혹시나 강요가 될까 봐 한 마디 덧붙였다. 만약 작년처럼 편하게 글을 쓰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그런데 웬걸. 아이들 모두 한 번 도전해 보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사실 살짝 겁(?)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 해볼게요, 라며 호기롭게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 당당함이, 자신감이 새삼 부럽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선생님도 여기 작가야.”라고 말하면서 선뜻 필명을 내어주지 못하는 게 민망하지만, 아직은 아이들에게 이런 나의 속마음을 들키는 게 부끄럽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비공개로 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비밀을 말하자면, 이렇게 아이들이 ‘브런치작가’에 도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이유는 단 하나의 댓글 덕이었다. 내가 엮은 브런치북에 달렸던 한 중학생 작가의 댓글말이다. 내 글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며, 당시 마음도 몸도 지친 나를 위로해 주었던 그 작가님의 한 마디가 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내 글을 볼지 안 볼지 모르지만 참 고맙다. 아주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있는 그 작가님에게 고마움을 가득 담아 전하고 싶다.


과연, 내 옆에 있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모여, 새로운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머뭇머뭇거리다 조금씩 글을 적기 시작하는 아이들 곁에서 엄청난 미션을 주고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는 게 약간 미안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을 일이기에 밀어붙여 본다.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기다리며.

매거진의 이전글 3/31 금 : 그 흔한 멘토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