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검진을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서울에 간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비도 오고 귀찮아서 미룰까 하다가 지금 안 가면 다음에도 또 똑같을 것 같아 부지런히 서둘러 준비하고 도리어 평소보다 일찍 출발했다.
그래도 한 번 나갔다 오면 소위 말해 코에 바람이라도 좀 넣어 주는 것 같아 개운한 맛도 있다. 예전엔 나간 김에 커피도 한 잔 하고 맛있는 것도 사 오고 했는데 요새는 지갑이 가벼워진 관계로 그냥 눈으로만 쓱 훑어보고 돌아온다.
몇 정거장 후면 나를 압도하는 병원에 도착할 것이다. 무려 6개월 전에 예약한 나의 진료 순번에 맞춰 한참을 기다리다 3분도 안 되는 진료를 받고 다시 돌아 나오겠지. 진료 시간이 짧은 건 어쩌면 감사한 일.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아주 익숙하고 고소한 냄새, 하지만 한 입만 먹어도 금세 물리고야마는 델리만주 냄새가 난다. 아침 먹고 가볍게 내려놓았던 드립커피가 갑자기 생각난다.
진료가 모두 끝나면
커피 한 잔 사 먹을 여유 정도, 허락해 주어도 되겠지.
얼른 집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