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글을 쓴 후 두 달이 지났다. 글을 쓰기 싫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고백이다.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의지가 없었던 것은 맞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가 없는 일에 자꾸만 매달리는 게 싫었거니와 본업도, 가정일도 무척이나 바빴다. 직장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하루가 훌쩍 흘러갔으며 그 사이에 말없이 내 마음속 깊이 새겨진 상처를 돌보기에도 버거운 시간이었다.
7월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말로, 아니 글로 쓰기엔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 현실이 되었으며 사실 나도 그 옛날 한 번쯤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 정도로 괴로웠던 과거가 떠오를 만큼 슬픔을 느끼기도 했다. 가르치는 일이 좋고, 아니 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좋아진 것도 맞지만 그 안에서 부대끼며 겪은 마음의 상처는 연차가 늘어난다고 해서 쉬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떠나고 싶었다. 지긋지긋한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타국에서 아무런 걱정도 생각도 없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켓을 끊었고 호텔을 예약하여 출국을 했다. 한국 땅을 떠나던 날, 이륙하는 비행기의 떨림을 잊지 못한다. 내 옆에서 막대 사탕을 물고 ‘라푼젤’을 보며 첫 이륙을 겪는 아이의 표정도, 잊지 못한다.
숙소 옆 카페에서 조식을 먹던 날. 체감 온도 40도가 넘는 날씨에 평일 오전 10시도 안 된 시간에,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일을 하는 한 외국인을 보고 마냥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살 수만 있다면...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하지만 갖고 있는 능력이 없어서 매여 있는 곳을 떠나지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 일이 있기에 내가 이렇게 여행을 올 수 있는 것이겠지.
일을 하면 할수록 만족감이 옅어진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다. 새로운 일을 도전이라도 해보려면 굳은 마음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데 (글쓰기든 뭐든) 그럴 의지는 없어서 그 자리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서글퍼진다. 글로 성공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10년 안에 이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정작 나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본업도, 글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브런치에서 꾸준히 알람이 왔으나 애써 무시했다. 그래도 마음 둘 곳, 마음 풀 곳은 이곳뿐인 것 같아서 오랜만에 와서 푸념 아닌 푸념을 흘려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씩 또 마음속에 가득 담겨 넘쳐 흐르는 생각들을, 감정들을 차분히 풀어 내 봐야지.
두 달이 흘렀다. 시간은 흐르고 더위는 무르익는데 어쩐지 나만 그대로 인 것 같은 2023년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