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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ug 13. 2023

가을이 온 줄 알고

긴 바지를 입었더니


배신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입추도 지나가서 선선한 가을이 성큼 자리 잡은 줄 알고 긴 바지를 입었더니 웬걸.


덥다.

딱 붙은 청바지가 더 덥게 만든다. 등에는 땀줄기가 후루룩 흐르고 이마와 인중을 연신 훔쳐 땀을 닦아 낸다.

혹시 몰라 바른 선크림이 끈적함을 더해 찜찜하다.


그럼 그렇지.

여름이 그렇게 쉬이 물러 갈리 없다. 끝까지 아득바득 곁에 남아서 있는 힘, 없는 힘 다 빼놓다가 어느 날 스리슬쩍 사라져 버린다는 거 알면서도 또 속았다.


바보처럼 속은 마음 괜스레 분해서

엄청 큰 아메리카노 한 잔 쭈우욱 들이켠다.


그래도 한창때보다는 덜 덥고

그래도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노라고

다독이니

어느새 열기가 가라앉고

조금 살만하다.


아직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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