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Mar 24. 2024

그만두고 싶을 때

교사라고 하면,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면

대부분의 어른들이 좋아했었다.


"아이고. 1등 신붓감이네."

"방학도 있고 얼마나 좋아."

"그래, 연금은 얼마나 나온대?"


같은 말들은 언제나 단골멘트. 


그러나. 요새는 사정이 달라졌다.

어딜 가서 직업을 밝힐 때에는 자꾸만 회사원이라고 하게 된다.

교사에 대한 안 좋은 시선도 시선이거니와 당장 내가 가끔, 아니 사실은 자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브런치 북, 연재 매거진에 그렇게 애들을 사랑한다고 써놓고 '퇴사'를 꿈꾼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언제나 나는 명랑한 퇴사를 꿈꾼다.


애초에 선생님이 너무 하고 싶어서 임용을 본 것이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저는 중학교 때 선생님을 뵙고 난 후부터 '저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된 게 아니라

'안전하고 미래가 보장된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마저도 AI에게 밀려날 판이지만.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 아이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찾아주고 싶고

내가 만난 아이들의 삶에 1%의 영향력을 주고 싶은 것은 진심이었고, 지금도 진심이다.


하지만 학교를 둘러싼 갖가지 상황들.

그 안을 이루고 있는 동료 교사, 학부모, 아이들(나를 힘들게 하는)과의 관계는

자꾸만 나를 '그만두고 싶게' 한다.


금요일에는 휴대폰을 내지 않고 몰래 휴대폰을 하다 

나에게 걸린 아이를 지도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내가 말하는 중에 교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윽박지르지 않고, 차분하게 조용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듣지 않더니 아씨, 하면서.


걔를 찾아 학교 전체를 헤맬 때면,

나를 보고 밝게 웃는 다른 아이들을 보고 아무 일 없는 척 밝게 웃어야 할 때면,

그런 날, 마음속 화를 풀지 못해 결국 내 사랑하는 딸에게

감정을 쏟아내고 만 날이면.


그만두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 파묻혀서

글 쓰면서

나를 찾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


문제는 

예전엔 2~3달에 한 번 그러던 감정이

요새는 매일 그렇다는 것.


어쨌든 나에게 지금 당장 그런 능력은 없으니

매일처럼 새벽에 일어나 일하고

일과 중엔 도망치는 아이들을 붙잡아 앉히고

조금이라도 재밌게 수업을 하기 위해

그렇게 지금처럼 살아야겠지만.


나는, 정말, 진심으로

매일매일 

명랑하게 퇴사를 꿈꾼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만이라도 작가가 되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