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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Oct 26. 2024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정말? 진짜? 진심으로?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을 보고 선생님이 되고 싶어 졌어요.”


라는 말을 해주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다. 그저 열심히, 묵묵히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한 것뿐이었는데 그네들에게는 적지 않게 인상 깊은 순간들이었는지. 그 순간들을 모아 제 나름대로의 추억과 기억을 만들며 제 삶의 목표를 ‘선생님‘으로 삼은 아이들. 그 마음을 내게 전하고 싶어서 졸업 후에 문득,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000이에요.”라며 메시지를 전해 오는 아이들 말이다.


초임 교사 때에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무척이나 뿌듯했다. 좋은 사람,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인정 욕구가 강하며 은근히 나를 드러내길 좋아하는 내게 아이들의 칭찬은 교장, 교감 선생님의 한 마디보다도 훨씬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2014년, 고1이 된 제자가 ‘롤모델 인터뷰‘라는 과제를 하기 위해 양해를 구하며 찾아왔을 때에 했던 말이 생생하다.


“너희들을 만나서 교감하고 가르치는 일이 너무 행복해. 앞으로 정년 퇴임할 때까지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어.”


 




그로부터 딱 10년이 흘렀다.

10년 전의 내가 호기롭게 말했던 ‘정년 퇴임‘에 대한 꿈은 사실상 흐려진 지 오래다. 내게 뛰어난 다른 재능이 있었다면 최근 2~3년 사이에 선생님을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은 순간순간이 행복했지만 그와 반대되는, 그러니까 소통, 아니 기본적인 대화조차도 되지 않는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회적 시선, 처우 등은 어떻고.


당연히 다른 직장보다도 안정적이고, ‘방학’이라는 압도적인 제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선생님으로서 살아가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선생님이 되겠다고 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에면 아주 깊은 곳에서 소리가 올라온다.


‘하지 마.... 네 그 성적이면 다른 걸 해보는 게 어떻겠니?’

‘연금 제도 개편되어서 너희 세대 때에는 연금도 많이 못 받고, 무엇보다 애들이 갈수록 힘들어...’

‘그런데 조직은 보수적이라서 은근히 통제적인 면도 있고, 월급도 잘 오르지도 않아...’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한창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현직에 있는 사람이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늘,


“음... 선생님 좋지... 그런데 요새 학령인구가 워낙 줄어서... 학교가 폐교되기도 하니까... 조금 더 고민해 보자. ^^“



작년 스승의 날 즈음엔가 이전 학교에서 가르쳤던 민서에게서 카톡이 왔었다. 코로나시국, 온라인 수업이 한창이던 2021년에 누구보다도 내 수업을 열심히 들어주던 아이였다. 2학년 9반 아이들이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 때, 민서는 늘 내게 말을 걸어주고 성실하게 활동에 참여해 주었다. 그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마음으로 기억한 아이.


선생님 잘 지내세요,라는 안부 인사로 시작한 메시지의 끝은 자신도 고등학교에 가니 선생님과 함께 공부했던 국어 수업 내용이 기억나면서, 자신도 열심히 공부해서 ’ 국어교사‘가 되고 싶다는 것. 내가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 감동적이었지만 민서같이 순하고 착하며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가 선생님이 되었을 때 교직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싶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민서의 꿈을 응원하지만 여전히 선생님 말고 다른 진로도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매일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하기 위해 전쟁 같은 등원길을 보내는 나의 딸이 무심코 뱉은 말이 있었다.


“엄마. 나는 커서 학교 선생님 안 할 거야. 왜냐면 학교 선생님은 일도 많고 너무 힘드니까.”


집에서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보였는가 싶어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나의 모습이 아이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하루종일 대화가 되지 않는 천둥벌거숭이들과 씨름하느라 지치고 지쳐 웃음기 사라진 얼굴을 보면서, 병원에서는 대기 시간 동안 그냥 잠들어버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의 고됨을 느끼고, 아예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지.






이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나는 아마도 정년까지 일을 할 것이다.

앞으로, 그날까지 만나는 아이들 중 “선생님이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조금 더 긍정적인 미래를, 이야기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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