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인생
무채색을 참 좋아했다. 차분하고 튀지 않는 색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무채색만큼이나 어딜 가든 튀지 않고, 조용히 할 일을 하고,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면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아르바이트와 과외, 취업과 시험 준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성실히 살아왔지만 기쁘다거나 보람차거나 충만하다고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던 중 결혼을 하게 되고, 코로나 시대를 맞이했다. 타지에서 코로나까지 더해진 완전히 고립된 육아를 하게 된다. 그때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번데기에 둘러싸여 새로운 변화를 기다리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고독과 사색의 나날들, 치열하게 앞날을 고민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코로나에, 신생아 육아에, 재취업이 쉽지 않았던 그날들 속에서 나는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러고는 살면서 한 번은 도전해 보고 싶었던 지난날의 나의 꿈, 포기했었던 오래된 꿈을 다시 끄집어내게 된다. 그러고는 뭔가에 이끌린 듯 디자인 강의를 신청하고 배우고 꿈의 영역인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 조그만 엽서와 포스터를 만들고 쇼핑몰에 입점하여 상품을 올려두고는 처음으로 판매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 내가 만든 이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 있구나. 새로운 이 길을 한번 걸어가 볼 수 있는 거구나!’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의 변화는 서서히 시작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하는 디자인을 더 잘하고 싶어서 계속해서 배우고, 홈페이지와 콘텐츠를 만들어 홍보하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까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이제는 “일단 시작해 보지 뭐!”라고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는 내가 되었다. 그렇게 도전하고,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 또한 즐겁다. 요즘 아이는 “엄마, 나도 어른 되면 엄마랑 같이 그렇게 재미있게 일하고 싶어. 그래도 돼?”라고 말하곤 한다. 아이가 그려준 무지개 색색의 엄마 그림. 이제 나는 알록달록한 색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