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과 나의 꿈을 담는 공간
10대 시절에는 언니와 함께 방을 썼기 때문에 나 혼자만을 위해서 방을 마음껏 꾸미거나, 가구를 옮기거나 하기가 쉽지 않았다. 20대가 되어 직장 생활을 위해서 서울로 올라온 이후에야 처음으로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부모님께서는 5평 남짓한 작은 방에 필요한 살림을 갖춰주고 내려가셨다. 이후 나름대로 나만의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를 하기 시작했다. 꾸미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공간을 꾸미는 것에도 흥미가 많았다. 가구부터 크고 작은 소품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애정을 많이 담은 혼자만의 첫 공간이었기에 정이 많이 들었다. 그 공간을 떠나게 되었을 때는 매우 서운하고 눈물이 났다. 그 공간에서 보내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후에도 공간을 가꾸는 일은 계속되었다. 결혼하고, 육아하면서 나, 우리의 취향을 곳곳에 담아 꾸며낸 공간을 쓸고 닦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이후 우리는 다섯 번의 이사를 더 했는데 그때마다 공간을 구상하고 꾸미는 실력도 점점 늘어났다. 이사를 여러 번 하는 과정에서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완하다 보니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공간 배치나 인테리어는 마음에 꼭 든다.
그리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작업 공간은 꼭 마련하려 노력했다. 온전히 서재로 만들어 놓아두었던 내 작업 공간이 어느덧 드레스룸 한쪽에 놓이기도 했고, 거실 한쪽 편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은 침실 한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작업 공간을 어디에 두든 그 공간에 앉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하는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다. 언젠가 나만의 작업 공간으로 채운 방을 갖는 것이 희망 사항이지만 지금은 작업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하는 시간이 참 좋다.
우리의 취향과 생활이 담긴 공간에서 우리는 함께 추억을 만들고 행복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나만의 작업실에서 조용히 쌓아가는 나의 시간도 너무나 소중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공간을 꾸미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