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삶의 순간을 잡아두고 싶어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일기를 써왔다. 방학 숙제가 아니더라도 일기를 쓰는 일은 항상 즐거웠다. 어린 마음에도 기록을 남겨 놓는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지난 일기를 읽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10대에는 수험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다이어리에 꾸준히 동기 부여가 되는 문구를 적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독였다. 내가 공부한 시간을 기록하고, 목표를 세우고, 체크하며 성취감의 기록을 쌓아나갔다. 수험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도 다이어리들을 한참을 보관했다. 지난 몇 년간의 노력과 시간이 차곡차곡 담긴 기록들이었기 때문이다.
20대에의 내 기록에는 방황과 불안과 기쁨이 모두 담겨있다. 대학 시절 맞지 않는 학과 공부를 하면서 휴학하고 아르바이트하며 내 삶의 방향을 찾고 싶어 했던 흔적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과 기쁨들, 잘 되어가고 있는 감사한 것들, 서툴렀던 첫 사회생활과 끊임없었던 진로의 고민과 이직의 과정, 당시 안정적인 도피처로 선택했던 수험 생활의 어려움과 고뇌,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30대가 된 내 기록은 좋아하는 것들을 만드는 내 일을 어떻게 더 잘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운영에 대한 과정과 고민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보고 듣고 느끼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사진과 짧은 글로 기록하기도 하고, 영상으로 만들어 보관하기도 하고, 연주를 녹음해 기록하기도 하는 등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기록하고, 아이가 종종 하는 놀라운 말들을 남겨두고 있다.
내게 기록이란 삶의 순간순간들을 포착해 글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연주로 담아두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기억나지 않는 지난날의 행복과 슬픔과 여러 감정과 생각들을 다시 꺼내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기록을 보며 웃기도 울기도 한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흘러가는 생각과 마음과 일상을 들여다보고 붙잡아 어딘가에 기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