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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열두달 Oct 25. 2024

시간만이 알려줄 것

오늘도 조그마한 조개를 줍는 이유

문장 수집하는 것을 꽤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최대한 지저분하게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와닿는 문장은 하이라이트하고 필사하거나 페이지를 곳곳에 접어두고, 아이가 말하는 것 중 놀라운 말들은 아이 어록에 기록을 남겨두기도 한다. 이어폰을 꽂고 강연을 들으면서 집안일을 하다가도 마음에 쏙 들어오는 문장이 생기면 중간마다 메모해 두곤 한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장 하나하나를 가지고 음미하고 곱씹고 기억하면서 삶에 적용해서 살아보려고 한다. 그러면 그 문장들은 활자에 지나지 않고 삶 속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주로 창작, 창조, 예술에 대한 내용들이다. 특히 ‘킵고잉 (오스틴 클레온)’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문장들의 의미를 찬찬히 곱씹어보고 있다.


- 가수 제리 가르시아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진주를 찾아 물에 뛰어들지만, 조그마한 조개 몇 개만 찾고 끝나는 날도 있다.”


- 날이 저물어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오면 그때는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이 좋다. 오늘 일 덕분에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경우도 있고, 오늘의 결과물이 그대로 다시 쓰이거나 더 아름답게 변형될 수도 있다.


- 매일 주어지는 하루는 새하얀 종이와 비슷하다. 그 하루가 어떤 보물로 변할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수 있다.     

막상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조그마한 조개 몇 개만 찾고 끝나는 날도 많다. 내가 쓴 글이 하찮게 느껴질 때도 많다. 서투르더라도 내가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는 문장이 주는 힘을 알기 때문이다. 삶과 추억과 기억과 생각의 흔적을 남겨두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마음에 가닿는 문장을, 글을 쓰고 싶다. 


매일 새하얀 백지에 써 내려가는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가진 문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쓰고, 삶과 생각을 담아내는 연습을 한다. 써둔 이 글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어떤 보물이 될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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