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을 했다.
오랜 야근에 얼굴이 상한 것 같다는 소리를 근래에 많이 들어서, 머리 스타일에라도 생기를 줘야겠다 싶었다.
나는 항상 소년 같이 짧은 머리스타일에 대하여 로망이 있었지만, 머리숱이 유난히 많아 그렇게 짧은 머리 스타일을 시도했다가는 금세 버섯 모양의 머리가 될 수 있으니 참으라는 디자이너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꾹 참았다.
오늘 디자이너 선생님은 굵은 웨이브를 권하셨는데, 나는 경쾌한 느낌이 들고 머리를 묶었을 때 웨이브가 생기 있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독보적인 머리 스타일 갖게 된 것이다.
마지막 손질로 머리를 말리는데,
거울에 비친 나의 헤어스타일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니 불안한 예감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약간 부스스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우려 섞인 조언은 완전히 현실이 되고 있었다.
나는 어색한 표정을 간신히 감추고, 결제를 서둘러 마치고,
선생님께 후딱 인사를 드리고
도망치듯 미용실을 빠져나왔다.
(첫 방문 30% 할인을 받았지만 서울의 물가는 대단했다.)
하긴 내 얼굴의 스킬이 부족한데,
내 머리숱이 남들보다 무지하게 많은데,
나 스스로 경쾌하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했으면서 누굴 탓하려나.
밖에 나와 사람들 머리 스타일을 둘러보니 다들 고상하고 부드러운 헤어 스타일이다. 나처럼 요란한 펌 스타일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렇다!
드디어 나는 트렌드를 거스르는 자가 된 것이다.
나는 속으로 나에게 속삭였다.
"너 맨날 우낀 사람 되고 싶어 하더니 진짜 우끼게 됐어... 헤어스타일이 독보적이야~~ 헤헤~ 정말 너 같은 헤어스타일이 한 명도 없어~"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귀여운 머리 스타일이라고 덕담을 해준다.
하지만 아드님과 남편은 입을 모아 셀카는 아니란다.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려니 말린다.
쳇!
그럼 그렇지~
근데 이상하다.
평범하지 않은 내 반 폭탄 머리가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