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모른 체하고 미뤄두었던 저녁 설거지를 부리나케 마치고, 된장찌개와 달걀말이로 아침을 준비했어요.
거울을 보니 안경 코받침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한쪽이 주저앉았고, 아드님은 아침도 안 먹겠다 대신 준비한 딸기도 먹지 않겠다 해서 저는 기분이 몹시 언짢아졌어요.
설상가상으로 주방세제로 깨끗이 닦아서 분리수거하려던 육개장 컵라면 용기는 경비아저씨께서 분리수거 안된다고 하셔서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컵라면 용기를 들고 출근해야 했어요.
조급한 마음과 서러운 마음에 갑자기 주책맞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사실은 사무실에서 그날 처리해야 할 일들도 눈물에 한 몫했어요. 오늘은 분명 야근각이었거든요.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는 꼭 성당 저녁미사에 가고 싶었고, 금요일에는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겨울옷도 점잖게 사 입고 싶었는데 다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언제나처럼 성당 마당 성모님 상 앞에서 출근인사를 드리며 마음속으로
"성모님 저 오늘은 일찍 끝나고 성당도 오고 싶고..."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어요. 불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요.
오후에 갑자기 다음날 행사 일정이 변경되어서 티타임도 업무 보고도 취소되었어요. 게다가 행사장 관련 자료를 다른 능력자 계장님께서 초안을 만들어주셔서 일이 대폭 줄었지 뭐예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야근 안 했지요!!
제 마음은 벅차올랐어요.
누군가는 우연이라 해도 괜찮아요.
제 마음속에 사랑이 샘솟았어요.
제 다른 욕심에 행사 때 입을 겨울옷을 사러 가느라 결국 목요일 저녁미사에는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성모님께 꼭 금요일 저녁 미사에 참석하겠습니다라고 기도드렸어요.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금요일 저녁 미사에 참석했지요.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누가 들을까 혼자 작게 외치며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갑니다.
"성모님 회사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