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이야기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마음을 비우고.
여행은 진짜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을 발견하는 시간.
등산 중에 자기 얘기하느라 수시로 진로방해하고 어깨동무 거는 아드님이랑 실컷 투닥여서 사실은 좋았고,
살랑 내 볼에 닿은 포근한 바람에 볕 좋은 가을날 빈 평상에 혼자 앉아 있는 듯한 오래된 기분이 소환되어 설레었고,
"저기 저 별들 좀 봐!" 가리키는 남편의 손가락을 따라 바라본 밤하늘엔 보석이 수많아서 시골태생인 주제에 촌스럽게 좋았다.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가서 서툴게 일상을 맞으며 미래를 다질 시간.
겁내지 말고 천천히,
진흙처럼 끈적이고 무른 마음의 덩이일지라도 차근차근 쌓아 올리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마음에 단단한 성벽이 만들어질지 누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