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크리스마스에는

by 다정한 포비

저녁 늦게 '그해 크리스마스에는'이라는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았다.

'폴라 익스프레스'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이었다. (특히나 '폴라 익스프레스'는 2015년 겨울에 미국에서 머물면서 보았는데, 미국 특유의 holiday 분위기와 향취가 기억에 더해져서 더욱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하얀 눈이 탐스럽게 내리는 크리스마스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니, 얼마나 따뜻하고 평화로운 기분이 드는지 예전의 좋았던 겨울 추억들까지 새삼 모두 소환되었다.

'아! 지금 나는 이런 기분이 드는구나...

그렇다면 따뜻하고 평화로운 기분이 필요할 때마다 크리스마스 영화를 챙겨봐야겠어!'라고 말이다.

미리 느껴보는 크리스마스도 나쁘지 않다. 주말에는 크리스마스트리도 찾아 슬슬 설치해 보아야겠다.


참! 나는 산타클로스 신봉자여서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갈 때까지 매우 비밀스럽고 충실하게 그 임무를 대신 수행했었다.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를 위한 쿠키와 우유, 순록밥을 준비해 두기도 했으며(물론 내가 새벽에 일어나서 우유도 마시고 쿠키도 한 입 깨물었다), 아이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선물로 크리스마스 아침을 환호로 기쁘게 맞았었다.


오늘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ㅇㅇ아, 너는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어?"

아드님은 망설임 없이 바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중학교 1학년 초까지만 해도 믿는다고 했었던 아이의 대답은 이제 분명하게 바뀌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때마다 행복했었지?"

나의 질문에 아이는 바로 "응"이라고 기분 좋게 대답해 주어서, 나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사춘기 아들의 손을 슬며시 잡을뻔했다.(까칠한 그에게는 택도 없는 일이다. 으이구!)


사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 오직 그것뿐이었다. 살아가면서 이 시즌이 다가오면 가슴 환하게 불을 밝혀줄 따뜻하고 소중한 기억과 마음 말이다. 그 마법 같이 환상적인 기억들이 언젠가 살아가는 힘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의 따뜻한 유년의 한 페이지를 끝까지 지켜낸 내가 그런 면에서는 무척 기특하게 느껴진다. (사실 거기에는 특별한 비결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드는 우리 아이의 잠버릇이었겠다. 하하하)


마지막으로 영화 중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 하나를 소개하고 마치려 한다.


'난 크리스마스가 감정의 돋보기 같다고 생각해요'


크리스마스 때 느끼는 사랑과 행복, 쓸쓸함과 외로움이 이 시기에 더욱 깊게 보이기 때문이라는 부연 대사.


그러니 우리,

날은 추워도 모쪼록 행복하자.

서로의 가슴속 불을 나누며 따뜻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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