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올해 모은 돈의 보따리를 풀고 있다.
돈 모으기일랑 불가능한 삶을 타고 난 것인지
상반기 800만원 가까이 모은 돈을 거의 일주일 만에 탕진(?) 중인 것이다.
일주일 전부터 학교 방학이라 고향에 내려와 있는데
어머니께서 아파트 도시가스 공사한다며 260만원을 어디서 구하냐 하시는 거다.
그래서 큰손(?) 탕진잼(?) 나님이 기까이 쾌척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51만원은 오늘
노후한 부모님댁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를 고치는 데 썼다.
어머니가 무슨 말만 하면 쥐 잡듯 화를 내는 아버지는 변기를 바꾸자는 어머니의 말에 당연히 역정을 냈지만
내가 끼어들면 얌전한 고양이처럼 꼬리를 내린다.
이번에도 내가 그리 하자고 했다는 걸 알고
그럼 바꾸든가, 흠흠...
과 같이 저자세로 승낙했다.
중간에서 속천불 나도 이 순간이 행복이고
다시 못 올 순간이란 걸 안다.
이렇든 저렇든 결국 부모님과 함께 오전 9시,
안동의 욕실 매장에 가서 변기와 세면대를 골랐고,
오전 11시부터는 본격적인 시공에 들어갔다.
바꾸는 걸 망설이는 데 30년이 걸렸는데
공사는 단 2시간만에 끝났다는 사실이
아버지와 나를 약간 허탈하게 했다.
게다가 금액도 51만원.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이 만큼이나 빨리 끝날 거면 진작에 할 걸... 싶었다.
오후 5시쯤
어머니께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 뒤
우리 셋은 다시 아버지 휴대전화를 바꾸러 안동 디지털프라자로 향했다.
여기서 아버지의 딸바보 면모를 봤다.
아버지는 운전하는 걸 무척이나 힘겨워하시는데도
과속 걸릴까봐 걱정하시면서도
기어코 운전대를 잡아 안동까지 또 나가신 거다...
그런 아버지 덕택이었을까.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 반짝 정책이 바뀌어
공짜폰으로 변한 폰이 있어 얼른 낚아챘다.
나의 세 번째 돈지랄은
저녁 8시쯤 한샘키친 매장에 가서
엄마의 평생 숙원과도 같았던 부엌 인테리어를 견적낸 것이다.
300만원 정도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갔는데
이것저것 옵션을 더 붙이니 370만원 가까이 나왔다.
순간 아버지랑 어머니는 내 돈 걱정에 후덜덜 하며
일단 알겠다고 하시면서
왜 이렇게 비싸냐고 투덜투덜...
하지만 나는 370만원 정도는
여태껏 내가 먹고 입고 문화생활하며 쓴 돈들을
합한 것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그런 금액으로 내 눈치를 보시는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안쓰러웠다.
그래서
꼭 한샘으로 바꿔드린다고 약속했다.
내일 주식 좀 팔면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인걸!!!
두 분이 살아계실 때...아직 받으실 기회가 있을 때
베풀 수 있는 것도 자식 입장에선 큰 행복이고 기쁨이다.
난 그런 마음으로 8월에 맘껏 돈지랄 중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