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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혜 Nov 08. 2020

'공간'에 관한 사색

이미 있는 것을 최상으로 만드는 사람

어제 DLXC라는 언어 교환 모임에 다녀왔다. 멤버들 중 kevin이라는 중국계 미국인이 있는데 옷을 참 단촐하고 깔끔하게 입는다. 가령 흰 색에 청바지. 그런데도 태가 난다.  처음에는 탄탄한 근육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고만 느꼈다.

그런데 어제 보드게임을 한다고 그의 오피스텔에 들른 뒤 약간 충격을 받았다. 손님이 잠깐 와도 '밖에서 잠깐만 기다려'라고 하면 될 정도로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깔끔한 집이었던데다가 방 안에 자기만의 향이 있었다. 블랙체리 디퓨저. ㅎㅎ그게 그 사람의 평소 성격과 잘 맞아떨어져셔 작위적이지 않고 청량했다.

kevin이라는 친구는 남들에게 보이는 부분에 대한 관리뿐만 아니라 남들이 보지 않는 자기 공간에 대해서도 관리를 잘 하는 사람 같았다. 뭐랄까, 자기가 가진 것을 더하려고 하지 않고 이미 있는 것을 최상으로 만드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정말 가지고 싶은 능력(?) 중 하나이다.
솔직히, 나란 사람은 아직 남들에게 보이는 부분만 관리를 하는 것 같고, 그마저도 제대로 안 될 때가 많다. 바쁠 땐 머리를 빗지 않고 손으로 슥슥 만진 뒤 나갈 때도 있고, 많이 피곤할 때는 바깥에서 입은 옷을 입고 그대로 자버린다. 선크림도 지우지 않은 채... 그런 순간들을 고스란히 받아낸 내 침대는 겉만 깨끗한 순백이지 실상은 더러움과 귀찮음이 군데군데 묻어 있다. 

그런 자각이 컸던 어제,  모임을 다녀오자마자 미뤄두었던 화장실 청소도 하고 방도 닦았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이불도 세탁기에 돌렸다. 큰 집, 화려한 가구는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만으로 가장 예쁘고 단정한 모습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간에 자기 영역에 속한 작은 것에도 정성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람들이 멋지고 대단해 보이는 요즘,

굳이 바깥에 나가서 거창하고 대단한 봉사활동을 하지 않아도 내 몸과 내 공간에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도 마음을 가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렇게 가꾼 마음으로 내가 머무는 곳이 어디든 향기로운 내음을 퍼뜨리는 인간 디퓨저(!)가 되고 싶다.




* 당신이 있는 공간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는데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인가?

멀리 있는 것만 구하려고 당장의 것들도 정돈하지 못하고 내팽겨치기 일쑤인 사람은 아닌가?

지금 있는 것도 잘 관리 못 하면서 미래만을 꿈꾸는 사람은 아닌가?...

냉정하게 자기 분석해 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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