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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혜 Jun 10. 2020

'노인'에 관한 사색 - 노인들을 보며 드는 생각

노인들이 나오는 영화나 영상을 보면 자주 눈물이 난다. 생의 막바지를 향해 부지런히 사그라들고 있는 사람들의 쪼글쪼글해진 몸, 듬성듬성한 머리, 슬픔과 회한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눈물고랑... 그리고 그들의 신체를 형성하는 흰색, 회색, 어두운 갈색은 빛바람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요즈음의 우리들은 생활 수준도 높아지고 의식도 깨어서 고생하기를 싫어하고 타인보다는 자신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는 물론이고 어머니, 아버지 세대만 해도 고생이 고생인 줄도 모르고, 참고, 인내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 가정을 위해 자신을 불사르며 질고의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대가로 그들이 얻은 것, 아니 그들에게 겨우 남은 것이라고는 축 처진 살가죽과 똑바로 서지 못하게 굽은 등, 더이상 고기를 씹을 수 없는 붉은 잇몸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놀라운 사실은 대개 그들이 "자식들 키우는 보람으로 살았다"며 자신의 삶을 만족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저 나의 몸뚱아리 하나 건사할 일만 생각하며 살아왔음에도 나는 만족을 잊어버리곤 하는데, 그들은 살아오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비워내며 살았음에도 환한 미소를 짓는다.

어쩌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줄어든 그들의 신체는 자신의 것을 다른 이에게 기꺼이 덜어주며 산 사람들에 남는 징표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팽팽한 젊음은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며 살아야 할 것들이 아직 꽉 들어차있다는 뜻일까?

주름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가짐으로 늙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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