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혜 May 31. 2020

내가 집순이가 된 계기

 집순이도 집순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사연이 있을까?     


  밖에서 사람들과 쾌활하게 잘 어울리지만 실상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길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이라서 집에 있는 것을 택한 사람들도 있다. 밖에 나가면 자꾸 돈을 써야 하니 집에만 있는 사람들도 보았다.

    

  나의 경우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걸 불편해 하긴 하지만, 그래도 영 집에만 있는 타입은 아니었다. 주말이면 영화관에 가거나 맛집을 찾아 떠나는 걸 좋아했다. 그랬기에 작년과 올해처럼 주로 하루 온종일을 집에만 있어야만 했던 나의 1년이란…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을 수 없는 색다름이었다.

    

  나의 집순이 생활은 다소 터프하게 주어졌다. 내 뜻과는 관계 없이 다분히 후천적이고 강제적인 생활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을 편의상 시기별로 정리하면 총 3기로 나누어진다.


1. 집순이 생활 1기(2019년 4월 26일∼2019년 10월 경)      

 

  집순이 생활 1기는 뜻하지 않았던 척추 골절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안 될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차를 사지 않고 만년 뚜벅초처럼 뚜벅뚜벅 걸어다니던 나 같은 사람도 일이 안 되려니 척추가 부러지는 일이 생겼다. 슬픈 4월의 어느 날, 지하철 계단을 바삐 내려가다 빗물이 고인 계단에서 미끌어져 부웅- 날아 버린 것이다. 스키점프라도 하듯이... 충격을 몽땅 흡수한 내 요추는 그 자리에서 뚝-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이로 인해 1개월의 입원 생활과 3개월의 보존 치료, 이후 이어진 물치료를 받으며 집에서 요양한 시기가 1기이다.


2. 집순이 생활 2기(2019년 10월 경∼2020년 2월 초)     

  2019년 10월쯤 허리 질환에 좋다는 수영을 시도해 보고자 집 앞 문화센터에 다녀온 날 밤, 밤새 기도가 좁아져 숨을 잘 쉴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다음 날 병원에 가니 얼른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성인 천식이었다.            

  인생이라는 장난꾸러기에게 2연타를 맞은 듯 얼떨떨했다. 척추 골절도 내겐 당혹스러운 일이었는데, 남의 일로 여겼던 천식이라는 병까지 얻을 줄이야. 내 몸이 망가지고 고장 나고 있다는 생각에 무척 서러웠다.

  이 시기에는 미세먼지가 천식을 악화시키는 듯해서 역시 꼭 필요한 외출이 아니면 삼가고 집에 있었다. (그러나 주1회 정도 물리치료를 받으러 나가거나 영어 회화 클럽 참여를 위해 외출하기 시작했다.)

      

3. 집순이 생활 3기(2020년 2월 8일∼2020년 글을 작성 중인 현재까지)     

  2월쯤에는 마무리 될 줄 알았던 집순이 생활이 본의 아니게 더 길어지게 된 것은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사는 동네는 신천지로 인해 지역 감염이 시작됐던 대구 지역이다.

  다시금 집 안에만 콕 박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숨만 쉬어도 코로나에 걸릴 것 같았고 마스크도 초반에는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창 밖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가 아주 공포스럽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집순이 생활 1, 2기에서 단련된 집순이력(力) 때문에 3기에는 오히려 집순이 생활의 질이 좀더 향상되었음을 느꼈다. 그 어느 때 보다 집을 더 청결히 유지하고 관리하였으며 집에서도 불행하지 않도록 나를 잘 이끌어갔다.

      

  애석하게도 이 글을 작성 중인 현재(5월 31일)까지도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장기간의 철야 근무로 지친 의료진들과, 생사의 갈림길에 필사적으로 서 있을 환자들을 비롯해 자영업자들, 학생들, 부모님들 등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집순이 생활을 행복하게 하자고 말하는 것이 실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빚지고 송구스런 맘으로 어떤 환경에 처하든 자신다운 삶을 포기하지는 말자는 차원에서 이 글을 읽어봐 주십사 한다.

작가의 이전글 협성 재단 공모전 응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