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이해하면 너그러워집니다.
복직 3주째다.
지난 3년 동안 하루 평균 7시간씩은 잤었는데, 복직을 가장 실감 나게 한 건 역시 수면 시간 부족이다. 새벽 버스를 타야 하니 5:40엔 일어나야 한다. 일찍 자야 하는데, 3주 차인 아직 그것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로 오전에 한 차례, 오후에 수 차례 졸음이 쏟아지는 위기를 맞는다. 그럴 때면 아래층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사 온다. 3년 간 매일 두 잔씩 마시던 커피루틴도 깨어졌다. 요즘은 하루에 세 잔씩 커피를 마시고 있다.
거울을 보니 다크서클이 점점 진해지는 듯하다. 저녁시간이 되면 눈도 퀭해진다. 피부도 내 몸에 일어난 변화를 실감하는지 푸석푸석하고 거칠어졌다. 3년간 잘 먹고, 잘 잤으며, 잘 걸으며 다져왔던 체력이 직장인으로 복귀한 지 3주 만에 소진된 것 같은 기분이다.
같은 이유에서 일까, 한 시간 걸리는 새벽 출근버스를 가득 채운 사람들 중 기사님과 나 빼고 모두 다 잔다. 수면 안대를 쓰고 자는 사람, 헤드셋을 끼고 자는 사람, 가방을 꽉 채울 것 같은 목베개를 챙겨 와 고개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고 안정된 자세로 자는 사람, 가끔 코를 골며 자는 사람까지 온통 자는 사람들이다. 이들도 나처럼 밤잠을 다섯 시간밖에 못 잔 탓이겠지? 나야 3년이라는 충전의 시간을 갖기라도 했지만, 이들 중에는 20년 혹은 30년째 쉬지 않고 이 같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을 테지? 갑자기 측은한 마음이 든다.
어제 퇴근버스에서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폰을 눈높이에 들고 영상을 보고 있던 내 팔이 차가 급 정차를 할 때, 노면이 고르지 못해 덜컹할 때 몇 차례 앞 좌석을 툭 건드렸다. 그때마다 뒤돌아 나를 째려보았는데, 마침내 내릴 적엔 터프한 기사님의 급 정차로 인해 나도 모르게 앞 좌석 등받이를 살짝 잡았기로서니 뒤돌아 나를 보며 중얼중얼하시는 거다.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이 정도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예민하시면 자차로 다니면 되지!’
라고 마음속으로만 힘껏 말대꾸를 하며 나 역시 언짢은 기분으로 내렸었는데, 오늘 버스 안 곳곳에 기절해서 잠든 채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분은 얼추 부사장 정도의 연배로 보였으니 최소 30년이 넘도록 매일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쉼 없이 이 새벽 버스에 올라탔겠지? 언짢았던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진다.
오늘,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
덧) 방금 문자 메시지 알림 창이 떴다.
“입금 안내 ㅇㅇㅇ월급여”
복귀 첫 달이라 휴직 기간 중에 유예 처리되었던 건강보험료가 복직 첫 달에 일시납으로 공제되어 실 수령액은 신입사원 월급 수준이었지만, 굉장히 반갑다. 이것이 바로 금융치료던가! 다음 달까지 버틸 힘이 되어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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