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베이비시터 선생님

선생님, 감사합니다.

by 서윤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까지 붙여 쉬는 거라 휴가 들어갈 때 ‘이제 자유다!’를 속으로 외치며 쾌재를 불렀는데... 회사 일 따위는 머릿속에서 일시정지된 상태인데... 이렇게나 빨리 그날이 오다니!


다시 출근을 하고 나면 아이는 누가 돌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어린이집에는 아이가 최소한 말을 할 수 있을 때 보내고 싶었다. 오래 고민한 끝에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최소한의 변화만 주기로 하고 생활하는 장소의 변화는 없이, 사람만 적응하면 되는 베이비 시터 선생님을 찾기로 결정했다.

마흔이 넘어가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던가. 그 말을 증명하듯 첫인상부터 웃는 인상이셨던 선생님은 복직을 앞두고 초조하고 불안을 숨기지 못하던, 초보 엄마인 나의 마음을 다 읽으신 듯 걱정하지 말라며 아이가 천천히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 주면서 친해지면 될 거라고 편안하게 말씀해 주셨다. 잠깐의 대화만으로도 선생님께서 그간 살아오신 삶의 궤적, 인생관, 사고방식 등이 인상에 깊숙이 새겨진 듯이 보여서 안심이 되었다.


나는 아이가 선생님과 보내는 하루가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기에, 가벼운 청소 같은 집안일이나 낮동안에 나온 설거지 등은 전혀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해 보아도 아이를 케어하면서 집안일까지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았으니까.


복직을 한 달 정도 앞둔 시기부터 선생님과 아이가 서로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 먹는 이유식, 그리고 하루 루틴을 알려드리며 선생님과 자연스럽게 친해진 다음에 출근을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이가 선생님을 잘 따랐고, 내가 첫 출근을 하던 날 아이는 엄마와 잠시동안의 이별을 실감하지 못한 채로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날 돌아서는 내 눈가에선 눈물이 흘렀지만 그건 슬퍼서라기보다는 어느새 이만큼 컸다는 대견함과 아직 어린데 맡기고 출근하려니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멋모르고 빠이빠이를 해주던 첫날과는 다르게 한동안 아이는 출근하려는 내 다리를 붙잡고 안 놓아주기도 했고,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울었던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겉으론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써 태연한 척하며 아이에게 “선생님이랑 잘 놀고 있으면 엄마 일 마치고 저녁에 올 테니까 이따가 다시 만나자 “하며 육아책에서 배운 그대로 일관되게 설명해 주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매일 현관문 앞까지 달려오는 아이를 한참 동안 꼭 안아주기를 반복했더니 어느 순간 아침 출근길에도 웃으며 담담하게 서로 인사할 수 있게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선생님은 목이 쉬어 있는 날이 많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종일 책을 가져와 들이미는 통에 목이 쉬도록 읽어주셨던 거다.

게다가 매일 이유식은 물론이고 간식도 간단하게라도 바로 조리해서 챙겨 주셨다. 엄마인 나도 가끔은 대충 때우고 싶을 때도 있는데, 선생님은 늘 정성껏 해서 주셨다.

진심은 결국 누구에게나 통하는 법이다. 아이를 대할 때나, 엄마인 나를 대해주실 때마다 선생님의 진심이 전해졌고 덕분에 나는 선생님을 믿고 회사에서는 온전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둘째를 낳고 내가 다시 쉬게 될 때까지 첫째 아이의 유아기 때 함께 양육해 주신 고마운 선생님. 명절 때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같은 날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새해 인사를 드리곤 했었는데... 오늘 밤엔 아주 오랜만에 안부 인사를 드려보아야겠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따듯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다은이가 벌써 중학생이에요. 그때 목이 쉬도록 책 읽어주신 덕분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잘 자라고 있어요. 곧 함께 찾아뵐게요. 건강하세요! “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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