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나nina May 20. 2020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땐, 해야 할 일을 해야 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의 나를 위해


'길을 잃었고, 희망은 보이지 않지만 계속 나아가야 해.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을래.

 그러기엔 내게 너무 힘겨우니.

 아주 잠시 숨을 돌리고 그다음 걸음을 내디뎌.

 이 선택은 내가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을래. 이 순간만 생각해.

 해야 할 일을 해야 해'

'겨울왕국 2'안나의 노래
 '해야 할 일 The Next Right Thing'  중


작년 겨울, 다섯 살 아들과 '겨울왕국 2'를 봤다. 남자아이지만 조용히 잘 앉아있는 편인 녀석에게도 100분은 긴 러닝타임이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내 귀에다 대고 '엄마, 나가자'라고 하던 아이에게 '저것 봐 우와, 무슨 일이지?' 하며 엔딩 크레디트까지 봤더랬다.


아이와 겨우 겨우 함께 한 영화 관람이었지만 얼마 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이라 좋았다. 원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한 장면이라도 공감이 가면 내가 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겨울왕국 2'는 보는 동안 나에게 위안이 되어 '나가자'는 아이를 달래 가며 끝까지 봤다. 영화는 끝났지만 아직도 일상에서 나에게 자주 힘을 실어 준다.


2년 여간 이혼소송과 소송 취하 후 일상 복귀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부부 모두 실직상태이며, 다소 예민한 여섯 살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삼십 대 후반이라는 애매한 나이에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나에게

 '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지 말고 지금 해야 할 일을 해'라고 말이다.


사실 이 노랫말은 직업상담사로서 근무하며 수천 명의 구직자를 만나고 상담하고, 직업능력 향상과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강의를 수년간 할 때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브라이언트레시, '목표 그 성취의 기술', 김영사 2003.10.28)


"장기적 목표도 중요합니다.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단기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장기 목표가 너무나 먼 일 같고,

꿈만 같을 땐(장기 목표를 세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우선 지금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매일 3가지 정도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실천함으로써

일상생활 작은 성취경험 쌓고,

이를 통해 자존감 향상이라는 

마음의 근력 키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해야 할 일" 정리해 본다면ㅡ
3가지 정도로 해보자. 많아도 하지 않게 된다.

  1. 적어도 1끼는 따뜻한 집밥 해 먹기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었다)
  2. 6살 아들과 엄청 신나게 10분 간 놀기 (생각보다 정말 쉽지 않다)
  3. 채용공고 서치 & 지원하기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밖에 없다)
밤의 바다에서 물의 정령을 마주하고 그를 길들여 아토할란으로 가는 여정의 동반자로 삼은 엘사

10년간 직업상담사였지만 내가 실업자가 되니 자존감과 통장잔고는 바닥을 치고, 구인공고를 아무를 살펴봐도 이 세상에 내가 갈 수 있는 일자리는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은 커져간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안에 압도되려 할 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루틴처럼 하는 것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의 나를 살리는 일이라 믿는다.


어쩌면 매일 아침, 혹은 일상의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는 마음 지옥과 마주할 힘이 필요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걱정과 불안을 마주할 때 습관처럼 떠올려 본다.


"해야 할 일을 해야 해"


그리고 움직인다.


하고 싶은 일 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묵묵히 해나가다 보면 하고 싶은 일도 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믿어본다. 



* 표지 이미지_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의 한 장면

매거진의 이전글 30여 년 만에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한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