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석과 살그머니의 차이 ➁
덥석과 살그머니의 차이는 어느 소설 속 표현처럼 “이승과 저승”만큼 컸다. 덥석은 아무리 미사여구로 감추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수컷의 욕망이 억눌린 남자의 부사였다.
반면 살그머니는 이제야 겨우 마음을 조금 열어주니, 앞으로도 조심히 다가오라는 경고가 담긴 여자의 부사였다.
나는 당신의 손을 덥석 잡은 순간보다, 살그머니 잡힌 순간
더 심하게 가슴이 뛰었다.
그날 이후 몇 년이 지나도, 당신은 꼭 ‘살그머니‘를 고집했다. 별 생각 없이 당신의 손을 덥석 잡을 때면, 당신은 울상을 짓곤 했다. 그렇게 덥석덥석 잡으면 설레겠냐는 당신의 투정은, 자신의 손을 여린 꽃처럼 대해 달라는 뜻 같았다.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내 손길에 신경을 쓰는 모습은, 이상하다기보다 차라리 신비로웠다. 여자들은 다 이런 건지, 당신만 그런지, 끝 모를 내숭인지, 농익은 소녀 감성인지, 당신의 손을 살그머니 다시 잡아야 하는 순간마다 궁금했다.
이런 살그머니가 쌓이면 쌓일수록, 당신은 손은 점점 더 아늑해졌다. 이 안온함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당신의 손도 변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름이나 거칠어진 손등 같은 것.
그래, 당신도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찾아올 변화를 나는 인정하면서도, 가능하다면 시간을 묶어두고 싶었다. 유독 손 사진을 많이 찍은 건 그래서였다.
여기 오래 전 찍은 사진이 있다. 사진 속에서 당신의 손은, 봄 햇살을 잔뜩 머금은 꽃을 만지고 있다. 배경의 연둣빛은 뭉개지지만 당신의 손은 생글거린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진 않았으니, 아마 당신의 손은 여전할 것이다.
지금도 살그머니 손잡는 걸 좋아할까. 문득 궁금해 하다가도 금방 지워버린다.
지나간 사랑에겐 물음표보다 말줄임표가 더 어울리니까.
그저 뒤돌아서 응원할 따름이다. 당신의 손으로 만들어내고 싶어 했던, 당신의 이런저런 꿈들을.
또 한 번, 아주 살그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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