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동시빵 맛보기-'하현달'
흔히 시를 ‘글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데 이 시가 그렇다. 이 시는 추운 한겨울 밤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하현달은 밤 12시가 넘어 뜨는 달이니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꽤 깊은 밤인 듯하다.
시인의 시선은 골목 담장의 차가운 바닥을 훑고 하늘에 떠있는 달님으로 수직 이동한다. 인간의 손길 속에서만 생존이 가능해 보이는 길 위의 작은 생명, 흐려지는 울음에 심장이 쪼여온다.
그래서 달님도 더 크지 못하고, 점점 작아지는 하현달인가 보다.
안데르센의 ‘그림 없는 그림책’은 달님이 가난한 화가에게 찾아가 자신이 본 풍경을 들려 준 이야기이다.
오늘은 이지러진 조각달이 화가를 찾아가 가슴 시린 이야기를 들려 줄 것 같은 추운 밤, 나만 따뜻한 곳에 들어앉아 있어 미안한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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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 동시집 『안 괜찮아, 야옹』 『아빠를 딱 하루만』 『아기 까치의 우산』 『꽃마중』,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읽고 쓰고 놀면서 보낸 시간을 담은 동시 놀이책 『신나는 동시 따 먹기』를 냈고, 그림책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그림 그리는 새』 『귀신 단단이의 동지 팥죽』 『누렁이의 정월 대보름』 『분홍 토끼의 추석』 등에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