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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밥풀 Aug 31. 2020

동시빵가게

131. 동시빵 맛보기 - '언니는 사춘기'


사춘기 우리 언니, 외계인처럼 낯설어져요.

외계인 같은 사춘기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해하며 동시 한 편 읽다가, 문득 

가족마저도 편히 만날 수 없는 우리가 생각났습니다.   

   

한 달만 참으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지요. 

넉넉히 잡아 한 석 달 지나면 

예전처럼 누릴 수 있을 거라 철석같이 믿었어요.    


우리 만나자, 밥 먹자, 자전거 타자, 놀이공원 가자

사소하게 누렸던 사소한 그것들을 

미루고 미루면서 우리 모두 

거짓말쟁이가 되어가고 있어요.      


봄에 걸어놓은 약속들이 

가을로 향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미뤄지기만 합니다. 

‘사춘기 우리 언니’처럼 이상해도 좋으니 

그 ‘사춘기 우리 언니’ 눈에 비친 엄마처럼, 아빠처럼

선생님처럼, 우리 모두 이상하다 해도 뭐, 괜찮으니

얼굴 마주보며 수다 떨며 낄낄 웃으며

찡그리고 인상 쓰다가 좀 울더라도, 뭐 어떤가요.      


친숙하거나 낯선 존재들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까지 

우리 곁에서 멀어지기만 할까요. 

기다리면 돌아오기는 돌아오는 것일까요.     


우리가 사춘기 언니처럼 예민한 

‘그 무엇들’을 너무 오래 모른 척하고 누리기만 했으니 

벌을 받는 것일까요. 

‘그 무엇들’에게 미안하다 사과해야 

묶어놓은 우리의 시간들을 놓아줄까요.           


https://dongsippanggage.modoo.at/

장영복 :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동시집 『울 애기 예쁘지』,『고양이 걸 씨』,『똥 밟아 봤어?』. 그림책 『호랑나비와 달님』, 『가시연잎이 말했네』등의 책을 냈고요. 제12회 서덕출문학상, 제5회 어린이와문학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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