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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밥풀 Oct 16. 2017

동시빵가게

12. 동시빵 맛보기- '그들의 목표'


어릴 적 우리 집 뒤뜰 돼지우리에는 늘 돼지가 살았지요. 

그러다 엄마돼지가 새끼를 낳고 키우면 한두 마리 남기고 시장에 내다 팔고, 

아기돼지들이 엄마돼지와 다른 우리에서 살게 되면 돼지 식구가 늘어나기도 했어요.


그때 돼지들은 가축 식구로 우리가 먹고 난 음식과 쌀겨를 먹고 살았지요. 

그러다 길흉사가 생기면 마을 사람들을 위해 희생이 되곤 했어요. 

그런 날이나 어린 우리는 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요.


지금은 공장식 축산이 일반화가 되었어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그들을 위해 먹고, 

그들을 위해 살찌우는 돼지로 전락했지요. 

지독한 분뇨냄새가 풍기는 우리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기계가 되어 

그들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사육되지요. 


영화 옥자에 나오는 옥자가 지리산 심산계곡에서 맘껏 자라지만 

그들의 목표인 수퍼돼지가 되었을 때, 

결국엔 죽을 운명에 처해 본부로 가는 것처럼요. 


오늘도 그들의 목표를 위해 먹고, 자고, 살찌우고 있는 

돼지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영화 옥자 

https://dongsippanggage.modoo.at/


바다 :  동시와 동화, 정보책을 쓰는 작가입니다. 자연과 멀어지는 어린이들을 자연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동시집 <소똥경단이 최고야!><안녕 남극><수리수리요술텃밭>. 

purnb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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