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Cage | Dream
"어쩌면 하느님 자신마저 이 나라 토착민으로 변할걸요. 중국이나 인도 역시 변했잖아요. 서양도 변해야죠. 우리는 나무들 속에도 있어요. 얕은 물속에도 있고요. 장미꽃을 건너가는 바람에도 있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라쇼몬'
그런데 차에는 어느새 운모처럼 생긴 기름기가 떠 있었다. 게다가 기분이 그래선지, 그것은 그녀의 눈썹과 똑같았다. "……."
-72p
"큰 부자가 되는 것은 아예 정나미가 떨어졌을 거고. 그렇다면 자네는 이제부터 뭐가 됐으면 좋겠나?" "뭐가 되었든, 인간답고 정직하게 살 작정입니다."
-188p
영화 라쇼몽을 보고 원작이 궁금해 찾아 보게 된 책이다.
알고 보니 영화는 류노스케의 단편 '라쇼몬'과 '덤불 속' 두 가지를 믹스한 것으로
그중에서도 '덤불 속'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덤불 속'을 읽으며 흑백의 그 아득하고도 기묘한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또렷하게 떠올랐고, 도입부와 결말 없이 각 화자의 증언으로만 이루어진 글은
영화보다도 더 미스터리한 인상을 남겼다.
류노스케의 단편집은 영화보다도 더 짙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초월적이면서도 담담한 작가만의 글맛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나는 말줄임표에서 오는 그윽한 정적이 너무도 좋았다...
말줄임표를 보며 이렇게 반한 적이 있었던가.
'다네코의 우울'과 '엄마'에서 쓰인 말줄임표가 특히 좋았는데,
글보다도 말줄임표를 보면서 더욱 선명하게 풍경이 떠오르는 듯했다.
색채와, 밀도와, 인물의 정서와, 공간을 에워싸고 있는 그 분위기…!
류노스케가 창조한 그 풍부한 정적 속에 한동안 머물러있고 싶다.
아직은 어두운 이른 새벽, 차 한 잔을 들고서 가만히 바깥 풍경을 바라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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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age |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