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속에서, 비로소 우린 하나가 되겠지

by 로제

추락하지 않고

미끄러져 떨어지는 느낌이야

가장 힘든 것은 바다 맨 밑에 있을 때야

왜냐하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

항상 그걸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워

-작크


-

네가 옳았어

아래가 훨씬 좋더군

훨씬 멋진 곳이야

나를 물속으로 돌려보내줘

나를 물 밑으로 데려다줘..

-엔조



작크의 진짜 가족은, 연인은

돌고래도 조안나도 아닌 엔조였다.


엔조만이 오직 작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크와 조안나는 로맨스적 사랑을 했지만

작크는 조안나가 주는 사랑만으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작크는 가장 깊은 저 아래에서

물과 '하나됨'으로

'사랑임'의 상태를 경험했으니까.


미끄러져 들어가 사라져 버릴 때라야만

찾아오는 사랑의 현존...


조안나는 작크를 이해하려 애쓰고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길 바라지만


바다 밑에선 그저 고독할 뿐이라고 여기는 조안나가

바다 밑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고 충만해지는 작크를

어떻게 '안다'고, 자신의 사랑만이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달콤하고, 슬프고, 애달프고, 화나고

로맨스적 사랑이 주는 감정이 깊어질수록

사랑이 깊어지는 거라고 여기겠지만


사랑이 되면 오히려 바다 밑에 있을 때처럼

모든 게 無,

어디로든 뻗어 있고 녹아들어

깊이와 넓이를 따질 필요 없이

텅 빈 자유로움이 된다는 걸


무색무취의

말이 의미 없는, 말을 잃게 하는

그 바다 밑 사랑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로맨스적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어떻게 그것만으로 진정한 인연이라고,

인생의 동반자라고 여길 수 있을까.


안타까웠다.

작크와 조안나는 서로 다른 사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크는 영혼의 단짝인 엔조와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했다.


결국엔 작크도 엔조와 같은 길을 택했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자신이 택한 길을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겠으나

지상에 남겨져 슬퍼할 사람들은?

그리고 비록 바다 밑에 비할 수는 없겠으나

지상의 경험도 충분히 소중하지 않은가..


그래도 나는 작크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나는 작크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말없이 바다를,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아주 오랜동안...



... 그랑블루...

거대한 바다 같은 사랑이

거대한 바다 같은 위안이

거대한 고요가 나를 뒤덮는다.


투명할 정도로 부드럽게..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저 깊은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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