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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Oct 26. 2023

퇴근길에 선생님을 만나면

퇴근길에 선생님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했다. 나는 조리 있게 말을 못 하다 보니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정리를 해두곤 한다. 아무리 애써 정리를 해도 정작 이분의 일도 다 전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선생님께는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보니 뭐부터 꺼내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의 분노와 무기력감을 다뤄보고 싶은데 시작을 어떻게 꺼내야 할까, 최근에 그와 관련된 특정한 사건은 없었는데 말이다. 최대한 나의 경험과 그로 인한 생각들을 많이 쏟아내고 싶은데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면 중언부언하다 끝날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하며 퇴근길 내내 눈물이 글썽거렸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이렇게 빨리 눈물이 차오르는 건 선생님이 처음인 것 같다.


수많은 환자를 상대하시는 선생님.. 선생님은 그날 오는 환자를 보고 집중하시지만 나는 이렇게 한참 전부터 준비하며 기다린다.


선생님. 하루 중 선생님을 뵙는 잠깐의 시간이 제게는 기다림의 값진 선물이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시간이에요. 이 기다림의 시간 또한 진실을 마주할 가슴 벅찬 설렘이고, 슬픔을 긍정하게 하는 힘입니다. 선생님께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 부족한 글로나마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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