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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Oct 28. 2023

오늘은 무기력감이 심했다.

오늘은 무기력감이 심했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지, 지금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만 맴돌았다.


즐겁고 행복한 삶이란 내게는 너무 멀리 있는, 꿈만 같은 삶처럼 느껴졌다. 무기력과 무감각, 그리고 현실과의 괴리감이 걷다 보니 차츰차츰 커져갔다. 나는 기분전환 혹은 생각 정리를 위해, 또 어떤 날은 몸이 찌뿌둥해서 걷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새로운 관점이 생겨나기도 한다. 아니면 어떤 생각의 고리가 끊겨 무심결에 해결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오늘은 걸으면서 내내 무감각했고, 계속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솟고, 걷고 있으나 걷는 게 아니었다. 흡사 살아있는 시체였던 거다. 무기력감, 그리고 허무함, 잔잔한 수면 같은 슬픔, 그러면서 사는 의미를 생각하다 보니 떠오르는 얼굴들. 내가 죽으면 슬퍼할 것보다 더 걱정되는 건 그 사람들이 누구를, 무엇을 의지하며 살 것인가에 있었다. 


나와 감정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고 아주 사소한 고민부터 큰 고민까지 스스럼없이 내게 터놓았던 사람들이기에. 나의 무기력한 상태도 걱정이지만, 내가 없는 이후 그들의 삶도 걱정이 되면서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날 치료해 주시는 선생님도, 내가 죽고 나면 어떠실까, 허탈하시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올라왔다. 


내가 고민상담을 해주는데 상대가 별로 기운을 얻지 못하면 낙담하게 되는 것처럼, 선생님도 날 치료해 주는 입장이고 나는 늘 그 진심을 믿는데, 내가 잘못되면 힘들어하시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갑자기 감정의 전환이-선생님에 대한 감사도 올라왔다.


그런데 난 왜 이 모양일까. 왜 이렇게 난 무기력할까. 날 도와주려는 사람, 내가 힘들면 슬퍼해줄 지인이 있는데도 왜 이럴까. 왜 삶의 무의미가 크게 다가와 다 포기하고 싶어 질까. 슬펐다. 가슴에 애정이 있는 만큼 슬펐다. 사람이 소중한 만큼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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