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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Mar 02. 2024

제 안에는 백색의 늑대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제 안에는 백색의 늑대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 늑대는 때로 활활 끓는 충동을 못이겨 날뛰기도 하고, 때로 달빛 아래 울부짖기도 하며, 때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존재의 밑바닥까지 침잠하곤 합니다.


음악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무엇이 되었건(그것이 창작의 욕구에서 비롯된 행위라면)- 아직은 예술을 한다고는 볼 수 없으나 서투르게나마 예술을 시늉이라도 내야지만 저는 이 늑대를 해방시킬 수 있음을 압니다.


한편으론 제가 다듬어지고 단련되어 예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이 늑대는 보다 자유로워질 것임을 알기에 늘 미안함과 아쉬움이 영혼의 수면 아래 잔잔히 떠돌 따름입니다.


저의 늑대는 예술만큼 애정하는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세상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을지언정, -곧 재화의 수단이 될 수 없을지언정, 내재된 신성-곧 창조성은 존재의 불꽃이기에 이를 타오르게 하려면 예술이라는 장작이 매일 공급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늑대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 감성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하며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잠잠하게, 부드럽게, 날쌔게, 무던하게, 다정하게...


자유는 표출의 총체입니다. 



나의 늑대는 창작자 본연의 힘으로 길어올린 예술을 먹고, 창조의 에너지로 축적하여 더 큰 해방을 향해 나아갑니다.


나아가는 늑대의 눈빛은 떠오르는 첫 새벽별처럼 반짝입니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그 두 눈만은 황황히 빛나며 나를 비춥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나의 늑대가 사랑스러운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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