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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Sep 05. 2024

생 앞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Avishai Cohen | Halah

나는 화가 났다. 늙고 병든 여자에게 나쁘게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니까.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마나 거북이 다른 모든 것들과 다르듯이 말이다.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자신의 부모가 누구이고,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유태인인 로자 아줌마의 손에 맡겨져 자라온 소년, 모모.


그는 부모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비행을 일삼기도 하지만, 이내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앞에 놓인 외로움, 차별, 생의 무게를 덤덤히 수용하며

조숙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세상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바캉스 장소를 산과 바다 중에서 선택하듯이 사람들도 그렇게 선택당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한다.

-245p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몇백만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돈이 적게 드는 일일수록 그만큼 중요하지 않은 일이니까…….

-246p


모모는 어른들이 그토록 감추고자 한 세상의 어둠을 일찍이 깨달았지만

밝은 부분 역시 볼 줄 아는 아이였다.

로자 아줌마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웠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가 어려운데도 쇠약해져가는 로자 아줌마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이웃들을 통해서도

그는 사랑이 주는 기쁨과 감사를 느낀다.


그렇다. 그는 사랑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275p



모든 걸 멈추게 한 아이의 아름다운 생각...


사랑을 깨닫는 데 있어 적절한 나이란 없다.

뭐든, 깨닫는 데 있어 적절한 나이란 없다...


나는 내게 놓인 생 앞에서, 무엇을 제한 짓고 있는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영화 '꿈의 제인'이 함께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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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ishai Cohen | H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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