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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클로이 Oct 15. 2024

아버지처럼 되기 싫어요

자신이 살이 빠진 걸 보고 상담을 원하는 친한 언니가 있다며 센터 회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담날이 되었고, 50대의 한 여자분이 센터를 들어왔다.


두리번거리는 눈에서 왠지 모르게 슬픔이 보였다.


"전해 들었어요. 궁금한 건 뭐든 물어보셔도 돼요."


"음 그러니까... 제가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했거든요. 콜레스테롤 수치가 좀 높게 나와서요. 살을 빼는 게 좋을 것 같아 와 봤어요."




"아 그러시군요. 혹시 가족력이 있으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는 듯 여자분은 놀란 눈이었다. 보통 50대 회원들이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이유는 건강이었고, 그중에서 가족력 때문에 결심한 경우가 많아서 한 질문이었다.


"그게 그러니까... 저희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셨었거든요. 혹시 저도 아버지처럼 될까 봐서요. 자식에게 짐이 되긴 싫어요."


알고 보니 그 여자분은 오랜 기간 아버지 병간호를 한 모양이었다. 자신도 아버지처럼 갑자기 쓰러지면 자식들이 힘들어할까 봐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고 했다. 평생 자신을 위해 보약도 먹어본 적이 없고, 흔한 영양제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곧바로 체성분 검사를 했다. 예상한 대로 내장지방 수치가 높았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뱃살을 빼야 내려갈 거예요. 특히 내장지방 수치가 몸무게에 비해 높으시네요.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면 좋으실 듯해요."


"제가 사실은 군것질도 안 좋아하거든요. 근데 밥을 참 좋아해요. 잘할 수 있을까요?"


"걱정 마세요. 식사량을 조절하시면서 건강하게 감량하실 수 있어요. 대신에 바로 운동은 어려우실 거예요."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녀에겐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나는 충분히 고민하고 다시 오셔도 된다고 안내해 드렸다.


며칠이 지나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치님, 저 제대로 해볼게요.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진 않아요."


그녀의 결심한 목소리를 듣고 나도 힘이 났다. 아직은 젊고 특별한 병이 있지는 않은 나지만 나 역시 가족력이 있다.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이 이해됐다.


50대 중반이었던 그녀는 20대 회원들보다 열심히 했다. 처음엔 힘들어 제대로 뛰지 못했지만 갈수록 체력도 좋아져 잘 뛰었다. 힘들지 않냐는 걱정에도 그녀는 빛나는 눈으로 말했다.


"힘들지만 해야죠."


다이어트는 힘든 일이다.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고, 귀찮은 운동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력한 동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장애물은 없었다. 병간호가 얼마나 힘든지 자신이 겪어봤기 때문에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동기.


그녀의 동기는 모성애였다.




5개월이 흘렀고, 그녀는 체지방 15kg 감량에 성공했다. 내장지방 수치도 많이 내려가 건강검진에서 의사에게도 칭찬을 받았다며 신나 했다. 큰 걱정을 덜어서 행복하다는 그녀를 보며 나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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