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봄의 아쉬움을 담은 차 한 잔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주변 풍경이 꽤 싱그러워졌습니다. 초록 초록한 그 풍경에 감탄하고 있자니 달력의 숫자도 이미 바뀌었더라고요. 그제야 ‘봄이 지나가고 있구나.’ 싶어서 괜히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워지기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 한 달 동안 그래도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잠깐이지만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한데,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지다 보니 이런 아쉬움이 남는 거겠죠? 물론 5월의 폭설주의보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고, 오락가락하는 봄 날씨에 고생스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짧은 봄이 지나가는 이 순간은 언제나 아쉬움이 잔뜩 남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유독 요즘 꽃차들에 손이 많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등산하는 걸 좋아하는 저는 봄이 되면 진달래꽃을 보기 위해 청계산에 꼭 가보려고 하는 편인데요. 물론 전국적으로 진달래가 유명한 여러 산들이 있지만, 제 기준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라 봄 산행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그 시기를 맞추는 게 생각만큼 쉽진 않더라고요. 여기에 코로나 상황까지 겹치면서 올해에는 포기해야만 했는데, 1년을 기다리면 만날 수 있긴 하겠지만 이 아쉬움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내년 봄을 기다리며 진달래 꽃차로 그 아쉬움을 달래 볼까 합니다.
진달래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하는데 시에서는 이별의 슬픔과 한을 표현한 소재였지만 사실 ‘사랑의 기쁨’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꽃입니다. 그래서 봄만 되면 이곳저곳을 분홍 빛으로 물들이는 게 아닐까 합니다. 진달래는 예로부터 먹을 수 있는 꽃이라고 알려져 ‘참꽃’이라고 불렸다는데 TV에서 화전을 만들거나 술을 담가 먹는 걸 본 기억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진달래꽃 화전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참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진달래꽃은 약용으로도 쓰이는데 담을 없애고 가래를 삭이며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고 합니다. 만성기관지염이나 관절염, 고혈압, 생리불순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요. 조금 특이한 건 말린 차보다 액차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건데요. 액차를 만들 때에는 진달래의 수술을 제거해야 합니다. 손질한 진달래를 물로 씻고 설탕에 1대 1의 비율로 켜켜이 쌓아 절인 후 실온에 10일에서 보름 정도 두었다가 냉장 보관하면 된다고 해요. 과일청을 만드는 방법과 같은데 차로 마실 때는 꽃잎이 담긴 액차에 뜨거운 물을 부어 꽃잎이 피어나길 기다리면 된다고 합니다. 저는 말린 진달래 꽃차만 먹어봤는데 액차는 달콤함이 더해져서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다음 봄에는 아무래도 꽃을 채집하러 다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봄’ 하면 떠오르는 꽃 중 하나인 진달래꽃은 비슷하게 생긴 철쭉과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래도 피어나는 시기도 비슷하기 때문에 더 헷갈리는 것 같은데요.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난 후 잎이 나고, 철쭉은 잎과 꽃이 동시에 나온다고 해요. 진달래꽃 얘기를 하며 왜 철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비슷하게 생겼지만 철쭉에는 그레이아노톡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기 때문에 식용 섭취를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하는 두 꽃의 차이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혹여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섭취를 목적으로 채집을 하신다면 꼭 주의해 주세요.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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