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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Oct 04. 2020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06. 메리골드 꽃차

가을의 빛깔을 담은 한 잔

점점 가을에 접어들수록 이 날씨를 만끽하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교외로 나들이라도 아무 걱정 없이 하고 싶어요. 그런데 어느 곳을 가도 사람이 없진 않고, 사람 많은 곳은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꼼짝없이 집콕을 하게 돼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런 시간이 길어지니까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잠시 기분전환이라도 해 보려고 차를 보관하는 상자에서 예쁜 꽃차들을 꺼내봤어요.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가을의 빛깔을 닮은 메리골드 꽃차를 꺼내서 따뜻한 물에 우려내고, 가을의 색을 담은 차 한잔에 이 답답함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가을을 생각하면 높고 푸른 하늘도 생각나지만 온통 울긋불긋하게 뒤덮일 단풍이 가장 먼저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그 단풍의 빛깔을 닮은 메리골드 꽃차에 손이 갔던 것 같아요. 잘 말려둔 메리골드 꽃은 제법 단풍의 색과 비슷하거든요. 차 한 잔을 마신다고 해서 여행을 떠난 것처럼 엄청나게 기분전환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여유를 찾는다고 해야 할까요?

이 좋은 날들을 만끽할 수 없는 이 시국이 너무나 원망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니까 버텨낼 방법들을 하나씩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방법 중 하나가 제 나름의 기준으로 날씨에 맞는, 기분에 맞는 차를 우려 마시는 거예요. 따뜻한 차 한잔을 하면서 잠시 숨도 고르고. 그러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거든요. 여러분들은 어떤 방법을 갖고 계세요? 좀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가을의 빛깔을 닮은 메리골드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입니다. 주로 봄에서 가을까지 피는데 오렌지색이나 노란색을 띠곤 합니다.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하는데, 지금 이 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지금 필요한 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렇게 버티다 보면 반드시 일상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이 메리골드를 금잔화, 금송화, 카렌듈라라고도 부르는데 예로부터 식용, 약용으로 널리 쓰여 왔다고 합니다.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향신료로도 사용했대요. 

메리골드의 노란빛은 카로틴과 카로티노이드 덕분인데요, 이 성분들은 색을 낼 뿐 아니라 체내에 들어가면 비타민 A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비타민 A는 야맹증, 면역력 강화, 세포 성장 들에 도움을 주고요. 

그리고 메리골드의 효능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인 ‘눈 건강’ 인데요,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시금치의 4배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건조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눈이 더 피로해지잖아요. 그런데 메리골드는 특히 노화로 인해 줄어드는 황반색소 밀도를 유지하고 관리해줘 시력 감퇴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메리골드 꽃차에 대한 부작용으로 불릴 만한 질환이 알려진 바는 없다고 하는데, 대신 하루 권장 섭취량인 5잔 이상을 마시게 되면 황변 현상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꽃인 만큼 꽃과 관련된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아쉽지만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안 그래도 4계절 중 가을은 가장 짧게 느껴지곤 하는데, 올해에는 그조차도 제대로 즐길 수 없으니 훨씬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가을 빛깔을 담은 메리골드 꽃차를 한 잔 하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고, 다음 가을은 온전히 즐길 수 있길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메리골드를 꽃차로만 접해봤는데, 열에 강한 지용성 색소를 갖고 있어서 채소볶음 시 기름과 함께 조리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해요. 일부 국가에서는 향신료로도 쓰인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샤프란과 비슷한 색과 향 때문에 ‘푸어 맨스 샤프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샤프란이 고가이기 때문에 샤프란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메리골드를 사용했다고 해요. 보기에만 예쁜 게 아니라 향도 좋고 효능도 좋은 아주 고마운 이 꽃차 한잔으로 지나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 보시는 건 어떨까요?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팟캐스트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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