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8. 혼자여도 괜찮은 삼겹살과 비빔면 한 그릇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도 없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온전한 끼니조차 챙길 수 없는 당신에게. 매주 금요일 소소한 한 끼를 들려드릴게요.
인생, 음식. 소소한 이야기 한 그릇.
‘회식’하면 어떤 메뉴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요즘은 메뉴들이 다양해졌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회식 1순위는 고기, 그리고 그중에서도 ‘삼겹살’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아요. 물론 요즘은 일정 인원수 이상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왁자지껄하게 고기를 굽는 일은 머나먼 옛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술은 못하지만 함께 모여 고기를 구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 풍경이 그리워지는데요, 고기 맛보다도 그 분위기가 그리운 거겠죠? 그리고 이상하게 고기는 여럿이서 직접 구워 먹어야 더 맛있는 것 같아요.
함께 즐기며 고기를 구워 먹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오늘은 혼자서라도 그 기분을 좀 내보고 싶었습니다. 왜 그런 날 있잖아요. 뭔가 잔뜩 지쳐가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잘 버텨내고 있다는 걸 알게 돼서 나 자신이 조금은 대견스러운 그런 날이요. 요즘의 제가 그렇거든요. 그런데 저는 혼밥을 잘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혼자 고깃집에 가는 건 더더군다나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고요.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서 혼자만의 삼겹살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마트에 들러 삼겹살을 사고, 쌈채소도 샀어요. 혼자만의 만찬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춰야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새송이 버섯에 비빔면까지 완벽한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즐겁게 혼자만의 회식을 즐기기만 하면 끝입니다.
오랜만에 그릴을 꺼내 삼겹살을 올리는 순간. 빗소리 같기도 한 삼겹살 구워지는 소리는 소확행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에 매콤 새콤한 비빔면까지 곁들이니 그 순간만큼은 부러운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삼겹살을 구워 먹고 난 후 집을 치우는 번거로움은 자연스레 따라왔습니다. 집에 배인 고기 냄새를 빼는 데에도 꽤 애를 먹었고, 삼겹살 기름은 왜 안 튄 곳이 없는 건지. 그래도 지친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토닥여준 한 끼 식사인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데, 저라도 제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칭찬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도 스스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아직 셀프칭찬이 익숙하진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노력해보려고요.
오늘은 인생음식이 대신 칭찬해드릴게요.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거예요.
오늘 저녁, 혼자여도 괜찮은 삼겹살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