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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Apr 22. 2020

나만 지키면 보는 손해

 아마 이 글을 쓰면 욕을 먹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분노로 관심을 끌려는 어그로(?)는 아니고, 그저 소시민의 고민 정도로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건은 단톡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근데, 아직 어린이집 안 보내고 애들 데리고 있어?"

 라는 질문에 하나둘씩 올라오는 '아니'라는 대답. 거기에 더해 '생각보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첨언까지. 나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기분이 나빠지는 건, 내가 손해를 보았다는 계산이 자연히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 뿐인데 뭐가 기분 나빠지는 걸까? 저도 스스로 이해가 안 되는데 아이가 없으신 분들은 더욱 이해가 안 되겠죠.


 아마 비슷한 예로 '부동산 투기'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규제 때문에 막혔지만- 집값의 10% 금액만 있으면 전세와 대출을 더해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면 팔면서 시세차익을 보는 방법이 얼마 전까지 성행했죠. 빠른 집값 상승에 투자 원금의 배 이상 수익을 보고, 그 비결을 담은 책을 내고 강의를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한편에선 이런 행위들이 부동산 과열의 주범이라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미리 자가 주택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이 간접적 피해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죠. 이제는 한평생 착실히 모아도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투기는 불법은 아니되, 도덕적이진 않은 이득인 셈이죠. 이 상황을 보는 시각은 제각각입니다.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데 뭐가 문제냐, 부럽다 나도 배워야겠다, 투기다, 배 아프다 등등.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126/93867929/1

 

 아이를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도 불법은 아닙니다. 국가에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안했을 뿐, 아예 원천적으로 막은 건 아니죠. 부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휴식'이라는 이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수도 있겠죠. 그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난의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휴원 기간이 길어지면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았던 부모는 간접적 피해자가 되니까. 이쪽도 불법은 아니되, 도덕적이진 않은 이득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맞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내는 사람, 참다못해 보내는 사람 등등 많은 이유가 있겠죠.

https://news.v.daum.net/v/20200421112556153


 어쨌든 각자가 스스로의 판단하에 결정한 일입니다. 옳은 걸 버리고 이득을 얻든, 이득을 버리고 옳은 걸 선택하든. 각자의 선택이고 그에 따른 결과도 내가 져야 하겠죠. 그러니 내가 선택한 것의 가치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하지 않는 게 마음이 조금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부동산 투기로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듣고 흘리거나, 본격적으로 부동산 공부를 하거나. 혹은 내가 어린이집을 안 보내 손해를 보는 느낌이라면 다른 세상 이야기인양 듣고 흘리거나, 과감하게 보내거나. '이득'과 '옳은 것' 둘 다 한꺼번에 잡으려니 배가 아플 수밖에요.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다'. 어린시절부터 배워온 진리임에도 나에게 적용하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Photo by Vladislav Babienk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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