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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Mar 10. 2019

추석은 월요일이었다.

왜 명절 후에 이혼율이 높은 걸까

우리 부부는 5년이 다 되도록 명절마다 싸웠다. 둘째가 낮잠시간이 되어 악다구니를 쓰는 상황에서도 촌수를 헤아리기 힘든 친척댁에 인사를 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을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명절 아니면 언제 인사드리냐며, 그래도 당일에 친정에 가는데도 툴툴거리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남편이 이번엔 토요일에 먼저 친정에 들르는 건 어떠냔다. 웬일이래? 하늘이 무너져도 시댁이 먼저인 사람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제 시댁으로 넘어가냐고 물어보니 당연하다는 듯 "일요일 아침이지~"한다. 추석은 월요일이었다. 남편은 항상 가던 시댁 일정을 조절할 마음은 조금도 없이 남는 일정 한 개를 양보하며 생색을 냈던 것이다. 순간의 빡침에 지금 누구 놀리냐고 따졌고, 그 말에 남편은 "또 이럴 거면 가질 말던지"를 시전 했고, "그래 그러자"라고 응수했다. 평상시 운동을 미룰 때와 다르게 실행력이 갑자기 솟아난 남편은 어머님께 "이번 명절은 가 가지 말재요."라는 카톡으로 크리티컬 킥을 날렸다.


그러자라고 호기롭게 돌아섰지만 주변 반응은

"그래도 그건 좀.." 

두고두고 욕먹을 거란다. 성질은 더럽지만 귀가 얇은  목젖까지 차오르는 말들을 억누르고 명절에는 너무 피곤하니 좀 일찍 넘어가면 안 되겠냐는 말로 대강 마무리했다.


신랑이 미우니 시댁도 미워졌다. 이모님이 안 계시면 당신 손으로 밥 한번 안 차서 꼭 배달음식을 시켜먹게 하고, 그마저도 사람은 여섯인데 네 개만 시켜주셔서 애들 덜어주고 남은 볶음밥으로 때우게 하고, 당신 다고 고무장 끼는 척하다 결국은 며느리에게 떠넘기는 모든 행위들이 보기 싫었다. 농담이겠지만 밥 먹으라고 챙겨"다른 시댁에선 손주들만 챙기지 며느리 챙기는 집 없다"라고 생색을 는 것도, 심지어 하나 남은 반찬을 냉큼 집어다 남편 밥그릇에 얹어는 행동 하나하나가 서운함을 넘어 사무치기까지 했다.




차라리 나도 다른 집처럼 설-추석 번갈아가며 먼저 가자고 했어야 하는 걸까. 애써 불만을 억누르고 양보를 하니 뒤탈이 나버렸나 보다.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은 밥도 체해버리고, 추 마무리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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