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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Jan 20. 2020

엄마의 우주

아이들 사이에 누워 우주에 관해 생각했다.

우주 어딘가에 응축되어 한 순간 퍽! 하고 터져버린 우울에 관해 생각했다.

빈 공간 속으로 눈물과 비애가 빨려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아이들은 엄마에게서 우주를 본다던데,

반짝이는 은하수를 기대할 텐데,

엄마는 빛은 커녕 어둠을 숨기기에도 벅차 눈물만 또록또록 흘렸다.


오른편에는 첫째의 동그란 얼굴이 보이고 왼편 다리에는 둘째의 묵직한 머리가 느껴졌다.

난 울 수 없다.

아이들 앞에서 울 자격을 잃었다.  

항상 자애롭고 명랑한 엄마가 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심리와, 더 나아가 미래가 나 때문에 망가질 거라고 했다.

그 막막한 부담감에 또 다른 우울이 쌓이고 있었다.


눈물이 콸콸 흘러넘쳐 귀까지 차오른다.

손으로 틀어막아도 어디가 고장 났는지 멎지 않는다.

나는 울 권리가 없는 사람인데.

나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인데.


절망할 권리를 빼앗겼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아무것도 아님에도 아무것도 아니면 안 된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이 작은 손이 아귀같이 내 자유를 삼키고, 나 스스로를 포기할 자유마저 앗아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작은 숨소리와, 온기와, 흐느낌이 빙글빙글 돌아 또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 냈다.





Photo (c) by Bryan Goff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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