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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Jul 15. 2021

수심 5m,안전정지 3분 (1)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프롤로그


서른, 권고사직



권고사직이라니. 기가 찼다. 은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작디작은 회사 생활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팀장이 시키는 불평불만 없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 흔한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무던하게 처리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누군가 알아주겠지’. 


순진한 생각을 하며 본인이 한 성과를 전혀 티 내지 않았던 탓이었을까. 식단관리 한다고 점심시간마다 답답한 회의실을 고집하며 혼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었던 것이 문제였을까. 권고사직은 은수 모르게 치밀하고 은밀하게 계획되었다.


 “점심시간도 사회생활입니다. 동료와 함께 밥을 먹으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죠.”


“직원은 회사를 위해 개인 생활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슨 개소리야.’ 은수는 생각했다. 전체 회의는 점심시간 5분 전, 퇴근 시간 10분 전에 결정되었다. 제시간에 점심을 먹을 수도 없었고, 퇴근을 제시간에 할 수도 없었다. 일주일 내내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퇴근했음에도, 2주간 주말 없이 연속으로 출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회사에서 은수는 팀장보다 일찍 퇴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은수의 팀장은 착한 사람이었다. 너무 착해서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팀장은 타 부서의 일을 자꾸만 은수가 속해 있는 팀으로 가져왔다. 팀이라고 해봤자 팀장과 은수 둘 뿐이었다. 마케팅 팀이었던 은수는 마케팅 대신 제품 출고 업무와 회사로 오는 모든 CS 처리, 부자재 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은수는 숫자에 약했다. 제품 출고 업무를 할 때면 꼭 한두 건씩 배송 실수가 났다. 팀장은 은수를 탐탁치 않아 했다.


“저희 팀이 할게요.” 


누가 해도 상관없는 업무였지만, 팀장의 말버릇은 은수의 짐이 되었다. 직원 생일파티를 위한 케이크 주문도 매달 회식 장소 선정도 모두 은수의 몫이었다. 팀장은 은수에게만은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은수씨, 이번달 생일 케이크 주문 왜 이렇게 늦게 했어요? 다음에는 잘 챙겨주세요.”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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