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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Jul 21. 2021

수심 5m, 안전정지 3분 (2)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어느 날, 은수는 처음으로 팀장에게 말했다.


“저 출고 업무는 도저히 못 하겠어요. 실수가 잦으니 출고 업무만 빼 주실 수 없을까요?”


“중소기업에서는 잡다한 업무도 다 처리해야 하는 거 알고 입사한 거잖아요.”


팀장은 처음으로 내뱉은 은수의 불만을 들어줄 의지도, 여력도 없었다. 업무는 계속해서 얹어졌고, 은수는 지쳐갔다. 눈치 보며 야근하는 문화는 사람을 슬프게 만들었다. 매일이 최악이었다. 야근은 피곤했고, 출근은 힘들었다. 행사를 마친 뒤 고생했다며 갖는 술자리는 눈물이 났다. 그러나 회사를 옮겨 이직한 것도 은수의 선택이었고, 매일 야근하는 팀장을 남겨 놓고 눈치 없이 퇴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은수는 그날도 여지없이 밤 11시까지 야근을 했다. 지하철이 끊기기 전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다음날, 은수는 대표와 면담을 했다.  


“팀장은 어제도 새벽 1시까지 일하고 있어서 내가 집에 태워다 줬는데, 은수씨는 매일 꼬박꼬박 퇴근을 하는 게 맞나?”


‘은수씨도 11시까지 일하고 갔습니다. 은수씨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은수는 팀장이 한 마디만 얹어줬더라면 대표와 면담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생각해보면 팀장은 은수를 감싸줄 의향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팀장은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처리할 수 없을 만큼 업무를 몰아주고 휴가를 떠났다. 그러나 은수는 퇴근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모든 업무를 야근 없이 처리하였다. 그 모습을 대표가 지켜보고 있었다. 일종의 시험이었다. 업무가 많건 적건 상관없이 은수가 야근을 하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행위는 마치 대표에게 보여주는 충성도와 같은 것이었고, 야근을 지양했던 은수의 충성도는 밑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팀장이 휴가에서 돌아온 뒤 은수는 대표와 팀장과 면담을 했다. 첫마디는 일주일간 팀장이 던져준 업무에 관한 이야기였다.


“야근하지 않으면 일을 끝내지 못할 정도로 업무를 주고 갔는데 은수씨는 한 번도 야근을 하지 않았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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