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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Jan 30. 2022

수심 5m, 안전정지 3분 (5)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은수는 버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시도와 변화가 절실했다. 마침, 서른,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했었고, 마침 친구가 다니고 있던 헬스장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은수는 반은 혜택이란 말에 홀라당 넘어가서, 반은 친구의 추천을 외면할 수 없어서, 또 한편으로는 몸이라도 건강해보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냉큼 등록을 하고 말았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헬스장에 가자.’


은수는 회사를 다니며 단 하루도 스트레스 받지 않은 날이 없었고, 매일 헬스장 출근 도장을 찍으며 트레이너들과 얼굴을 트게 되었다. 한가한 날에는 친한 트레이너에게 개인 교습을 받는 날도 더러 있었고, 회원들과 웃으며 서로의 일상을 묻기도 했다. 은수는 점점 운동에 재미를 붙여갔다. 어느새 운동은 은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되었다. 운동을 하는 날 만큼은 수면 유도제 없이 잠들 수 있었다. 바스러지고 있는 마음과 달리 몸은 날이 갈수록 건강해졌다. 


은수는 더욱 악착같이 운동을 했다. PT를 받았고, 엄격한 식단관리까지 시작했다. 매일 트레이너와 주고받는 문자는 함부로 세상을 쉽게 놓아버리지 않으려는 은수의 안전장치였고, 헬스장에서 밝게 건냈던 인사는 매일 억지로 살아가야 했던, 스스로에게 전하던 안부 인사였다. 젊고, 막막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은수의 마지막 애처로운 발버둥이었다. 


회사는 혼자 도시락을 먹고, 회식도 잘하지 않는 은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회사 입장에서 점심과 회식은 또 하나의 사회생활이었고, 그런 관점에서 은수는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이었다.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은 친환경, 소수자를 위한 배려와 존중, 특정 취향을 가진 소비자와 공존. 이따위 것들이었지만 정작 직원이었던 은수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차라리 직원이 돈을 벌어다 주는 제품이었다면 은수의 행동은 존중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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