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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Feb 12. 2022

수심 5m,안전정지 3분 (9)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어느 날, 시시각각 변하는 새벽의 하늘을 바라보며 우연히 게스트하우스 관리자와 함께 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은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은수, 네 꿈은 뭐야?”


“나는, 행복해지는 게 꿈이야”


“행복과 불행은 항상 손을 잡고 다녀서 그 어떤 불행도, 그 어떤 행복도 영원한 것은 없어. 지금 네가 불행해도 괜찮아. 행복하면 더 괜찮고. No Problem.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23살, 어린 나이에 홀로 인도 배낭여행까지 다녀왔지만 서른의 배낭여행은 그때와 달랐다. 여행지에서 부족하지 않게 쓸 수 있는 돈도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쉽게 동행을 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은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여행 가기 어렵고, 싫은 이유들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택이를 만난 것은 제주도에서였다. 더 이상 생일이 달갑지 않은 스물아홉의 생일날이었다. 어른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다녀온 중학생 언니가 부러웠다. 중학생 때는 아침 신문과 함께 들어와도 혼나지 않는 대학생 오빠가 되고 싶었다. 대학생 때는 출근하는 회사원을 꿈꿨다. 어른이 부러웠고,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른을 동경하며 살았다. 


그렇게 사회에 나가면 부러워할 대상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루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랐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어른이 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한 순간에 “너는 어른이야.”라며 세상에 던져진 것만 같았다. 


굳이 생일에 맞춰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생일은 낯선 곳에서 낯선 날로 보내고 싶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어린 시절과 또 한 해 멀어지는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주말, 생일 당일이 회사 워크숍 날짜와 겹쳐 여행을 취소할 뻔했지만, 워크숍 일정을 한 주 미뤄준 회사의 배려로 은수는 제주도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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